Hidden Hero

숨은 영웅들이 일으킨
나비 효과

한국전쟁 중 태어난 월드비전이 올해 70주년을 맞이했다. 월드비전이 태어난 한국은 1991년, 도움 받는 수혜국에서 해외사업비를 보내는 원조국으로 발돋움했다. 월드비전 말라위의 한 현지 직원은 한국을 롤 모델로 꼽으며 ‘우리도 한국처럼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루어내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한국 땅에서 시작된 작은 날갯짓이 세계 곳곳에 희망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국 2500개 사업장에서 지구촌 이웃 2억 명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역사 뒤에는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Hidden Hero밥 피어스
& 한경직 목사
밥 피어스와 통역하는 한경직 목사. 사진
밥 피어스와 통역하는 한경직 목사, 1957
월드비전 합창단과 밥 피어스. 사진
월드비전 합창단과 밥 피어스가 함께
길을 가면서 꽃씨를 뿌리면,
지나간 길에 많은 꽃이 필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의 참상, 특히 전쟁고아와 남편을 잃은 부인들의 사연을 접한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는 참담한 한국의 현실을 지나칠 수 없었다. 미국에 급히 알려 널리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결심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전란 중에 미국에서 출발한 마지막 한국행 민간 항공기를 타고 종군기자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와 당시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 자료들은 미국에서 대대적인 전쟁 구호사업이 시작되는 바탕이 되었고, 한국을 돕겠다고 뜨거운 마음으로 나선 사람들이 생겼다. 밥 피어스의 활동은 점차 한국에 알려져 뜻을 함께하고자 했던 한경직 목사와 1953년부터 미국 후원자와 한국 아동을 결연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월드비전의 시작은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작은 시작은 씨앗이 되어 1960년대에는 고아원 시설 중심의 구호사업, 1970년대에는 사회복지관을 통한 지역 개발사업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1991년, 한국 월드비전은 자립하여 다른 국가들을 돕기에 이르렀다.

Hidden Hero월드비전 합창단
해외 순회공연 중 밥 피어스 목사와 합창단. 사진
해외 순회공연 중 밥 피어스 목사와 합창단
월드비전 합창단의 초창기 활동 모습. 사진
월드비전 합창단의 초창기 활동 모습
2018 유럽 투어 때 합창단의 모습. 사진
2018 유럽 투어 때 합창단의 모습
한국전쟁 속 고아들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합창단으로
1960년 월드비전이 세운 고아원에서 노래 잘하는 아이들 43명을 모아 작은 합창단을 꾸렸다. 아이들 중에는 전쟁 중에 부모를 여의고 거리를 떠돌거나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연습을 했고, 14개월간 꾸준히 연습한 끝에 노래하는 천사가 되었다. ‘전쟁으로 고통받던 아이들의 노래가 더 많은 고아들을 돌봄으로 이끈다’는 합창단의 이야기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들은 곧 전 세계를 누비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했다. 창단 이듬해인 1961년에는 미국과 캐나다 62개 도시에서 90일 동안 공연하며 찬사를 받았다. 1978년에는 영국 BBC가 주최한 세계합창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카운터 테너 이동규 등을 배출한 월드비전 합창단은 오늘날도 평화와 사랑을 기원하는 천사의 목소리로 세계 곳곳에서 고아와 난민을 위해 노래하는 중이다. 월드비전 합창단이 모금한 수익금은 모두 분쟁피해아동 돕기 등 구호사업에 쓰인다

Hidden Hero김혜자 친선대사
에티오피아 노노 지역 빈민촌을 방문한 김혜자. 사진
에티오피아 노노 지역 빈민촌을 방문한 김혜자 월드비전 친선대사, 2011
아이들 만나고 나누는 것,
이건 그만두면 안 될 일
지금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예인들이 앞서서 기부하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유명인들의 나눔 활동이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김혜자 친선대사는 그 ‘가지 않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숨은 영웅이다. 아프리카의 어려운 현실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기 전, 국내에서 사랑의빵을 앞장서서 나눈 것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의 씨앗이 되었다. 1991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임명된 뒤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 세계 각국의 구호 현장과 재난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열악한 상황을 한국에 알렸다. 2004년에는 활동 수기를 담은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출간, 10년간 인세를 전액 기부했다. 덕분에 강원도 태백에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꽃때말’ 공부방이 생겼다.

Hidden Hero후원아동
노래하는 이리사. 사진
성악 영재로 두각을 보이며 SBS<영재발굴단>에 출연하기도 했다. 월드비전 장학금을 지원받아 졸업, 미국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2020년 캘리포니아 올해의 아티스트상 파이널 결승 12인에 선발되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리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드난. 사진
월드비전 보스니아 라쉬바 사업장 후원 종결 아동으로, 10살에 한국 후원자를 만났다. 후원자의 생일마다 손 편지를 써 보내던 스위트보이다. 최근 보스니아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다. 아드난
믿고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월드비전 사업으로 그동안 해외아동 총 48만4508명이 자립했다. 월드비전을 통해 한 아이를 도우면 다른 4명이 같이 혜택을 받는다. 아동 후원을 통한 지역개발 사업은 아동의 성장 주기에 맞춰 지역 내 건강, 교육 수준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한 아이를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마을의 완전한 자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지구촌 아이들이 월드비전의 혜택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해외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월드비전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사회복지사, 교사, 간호사 등으로 일하며 받은 나눔을 더 크게 실천하고 있다. 10년간 월드비전 후원아동이었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는 현재 월드비전의 꿈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도 많은 아이들이 월드비전 꿈지원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멘토링을 받고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해 학원비를 지원받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후원자의 지지도 받는다. 후원아동은 월드비전의 영웅이자 또 다른 기적을 써나갈 주인공이다.

Hidden Hero자원봉사자
강원도 태백 연탄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사진
강원도 태백 연탄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2018
살면서 꼭 한 번은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기아체험24시, 사랑의도시락, 국토대장정, 글로벌 6K 포 워터 등 월드비전 70년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내 일처럼 도와준 고마운 분들이다.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건축과 교수를 은퇴한 뒤 78세의 나이에 사랑의도시락 봉사에 참여한 임응찬 봉사자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매주 동해 지역에서 도시락을 배달했다. 2004년부터 14년간 후원 서신을 번역한 심무희 봉사자는 후원자와 후원아동이 주고받은 편지 1만2000여 통을 번역했다. 81세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기아체험24시에 참가한 후 월드비전이 너무 좋아졌다며 각종 행사 때마다 쑥스러워하면서 먼저 연락을 하고 찾아오는 봉사자도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봉사자들이 봉사 기간이나 활동 규모에 관계없이 월드비전과 동고동락했다. 월드비전 직원들과 아이들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자원봉사자 모두 숨은 영웅들이다.

Hidden Hero후원자
  • 오성삼 후원자. 사진오성삼 후원자어릴 적 학비 걱정하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었지만 미국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아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훗날 교육자가 되었고, 꾸준히 후원하며 밥 피어스 아너 클럽에 위촉되었다.
  • 김동준 후원자 가족. 사진김동준 후원자1994년부터 국내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해 2014년부터는 가족과 함께 연탄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온 가족이 휴가를 봉사활동에 쓰지만 아이들도 나눔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어 보람차다.
  • 김현주 후원자. 사진김현주 후원자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당 창립 70주년인 2015년, 방글라데시 보그라 지역 식수사업을 후원하며 “70주년이라고 특별하게 여기진 않아요.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라고 전했다.
평범한 사람도 나눌 수 있어요
오늘날 월드비전을 있게 한 가장 큰 숨은 영웅은 후원자들이다. 지난 70년간 총 140만2514명의 후원자가 월드비전을 후원했다.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후원자들의 사연이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처럼 펼쳐진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후원을 멈추지 않은 최장기간 후원자, 결혼식 축의금을 선뜻 내놓은 감동의 후원자, 15년간 후원한 아동이 자립하여 떠나는 아쉬운 순간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낸 후원자….이런 후원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얘기는 “나도 살면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무언가를 나눈다는 일이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작은 것부터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우리가 모여 70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유가은 미디어팀 사진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