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매일매일 가난과 질병,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느닷없는 재난과 전쟁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아이들도 있다. 이들이 겪는 공포와 고통은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된다. 부서진 일상 속에 아이들의 몸도 마음도 함께 무너져간다.
월드비전은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이런 아이들을 찾아간다. 후원자의 나눔과 사랑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민첩하게 하고 보다 전문적으로 움직이는 데 든든한 힘이 되어 함께한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월드비전의 국제사업. 쉽지 않은 여정 속에 포기하지 않고 발걸음을 함께한 후원자, 현장의 아이들과 주민, 월드비전이 일으키는 변화의 증거를 차근차근 살펴보려 한다.

 


 

깜깜했던 하루하루에 밝은 빛이 비쳤어요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피리야. 외톨이였던 피리야에게 안녕 인사를 처음 건넨 건 월드비전이었다.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피리야.
외톨이였던 피리야에게 ‘안녕’ 인사를 처음 건넨 건 월드비전이었다.

 

눈을 맞춰 인사할 순 없지만 환한 미소와 단단한 말투가 그대로 마음에 새겨지는 아이. 피리야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인도에서 에이즈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도시인 넬로어에 사는 피리야는 앞을 보지 못한다. 에이즈 환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피리야는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 감염자였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두렵고 무지했던 부모는 피리야에게 적절한 치료약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피리야는 결국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깜깜한 오늘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면 살 이유가 없었어요. 앞이 안 보여서만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요. 그냥 하루를 살면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지만 저 역시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릴 거란 생각에 집 밖으로는 나갈 생각도 안 했어요.”

 

부모님도 피리야 곁을 떠나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피리야의 가정에는 짙은 절망만이 가득해 말하고 숨 쉬는 당연한 일들조차 힘이 들었다. 모든 것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손녀딸을 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가시밭이죠.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저리 되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에요. 저도 이런데 본인은 어떻겠어요? 웃는 법도 없고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피리야를 집 밖으로 불러낸 건 월드비전이었다.
어느 날, 월드비전 직원과 에이즈 환자 모임의 리더라는 사람이 피리야를 찾아왔다.

“안녕, 피리야.”

 

 

‘우리’는 ‘우리’가 지켜요

인사를 건네던 월드비전 직원의 목소리가 피리야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한다. 이제껏 피리야는 이렇게 다정한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 동네 사람들은 피리야와 같은 에이즈 감염자들과 옷깃을 스치는 것도 불쾌해했다. 월드비전 직원이 전하는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피리야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죄 지은 사람처럼 집 안에만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월드비전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피리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피리야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월드비전은 우선 피리야가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점자 교육에 참여하도록 했다. 집 밖으로 나오니 피리야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월드비전은 이들을 한데 모아 연대하여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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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드비전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피리야와 같은 에이즈 감염 환자들을 위해 진행한 점자 수업. 피리야는 이 수업을 통해 글을 읽고 쓰는 걸 배워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 넬로어 사업장의 에이즈 감염자들의 모임 ‘긍정 네트워크(Positive people network)’는 서로의 아픔을 잘 알고 있기에 서로 연대하며, 모임에서 가장 어려운 회원을 우선적으로 돕는다.

 

3.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피리야의 할머니에게 월드비전에서는 재봉 직업 기술 훈련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월드비전은 재봉틀도 제공했다. 할머니는 이제 동네에서 알아주는 재봉사로 이름을 날리며 넉넉히 가정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4. 강제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거나 스스로 주변의 눈이 무서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에이즈 감염자들을 월드비전은 일일이 가정 방문을 해서 만나고 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5. ‘긍정 네트워크’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과 올바른 건강 관리 방법 등을 논의하고 실천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기본 + 행동도 바뀌어야
= 진짜 변화!

월드비전은 피리야의 마을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어렵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일상의 행동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 물론 식수가 필요한 곳에 식수 시설을 짓고, 학교가 필요한 곳에는 학교를 짓는 등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사업도 활발히 펼친다. 이런 기본적인 사업에도 중요한 비중을 두지만 무엇보다 아동과 주민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힘을 쏟는다.

환경을 바꿔주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교육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5년에서 20여 년까지 한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눈에 보이는 문제만 없애주는 게 아닌, 그 문제가 왜 생겼는지 끝까지 파고들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야 마는 월드비전의 사업 방식은 월드비전이 떠난 후에도 주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월드비전 국제사업 과정

환경 바꿔주는 사업 + 행동 바꾸도록 교육

보건영양, 보건소 개선 및 보수와 이유식 조리법 교육. 식수위생, 식수 시설 및 화장실 설치와 식수관리위원회 훈련. 교육, 시설 개부소 교사 역량 강화 와 아동 연령별 맞춤 교육. 소득증대, 생계 수단 지원과 저축 그룹 활동. 아동보호, 아동 문제 알릴 창구 마련과 아동 클럽 자기 방어 훈련

 

 

좋은 것은 확실히 늘었고
나쁜 것은 확실히 줄었어요!

피리야는 결국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쾌거를 이뤘다. 내일도 오늘처럼 깜깜할 거라며 절망 속에 살던 피리야를 빛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잡아준 월드비전과 지역주민 그리고 한국의 후원자들 덕분에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월드비전이 펼친 사업이 거둔 실질적인 변화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

70년 가까이 진행된 월드비전의 사업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확실히 줄었고, 튼튼한 가정과 마을을 만드는 점들은 확실히 좋아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 보니 위태롭던 아이들과 주민의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 것뿐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며 사랑과 응원을 아낌없이 보낸 후원자 그리고 월드비전 직원들의 삶 속에도 만만찮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으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월드비전 국제사업 과정

5개 핵심 문제의 실제 변화

[2017 방글라데시 자립마을 보고서]

보건 영양, 저체중 아동 26%에서 6%로 감소. 식수 위생, 식수 접근율 56%에서 97%로 증가. 교육, 중등학교 졸업률 45%에서 97%로 증가. 소득증대, 저축액 향상 주민 38%애서 84% 증가. 아동보호에서 조혼비율 39%에서 17%로 감소.

 

 

글. 윤지영 후원동행2팀
자료. 이은규 지역개발팀, 월드비전 글로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