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월드비전과의 추억
방학식 날 손에 쥐어진 사랑의빵, 기아체험으로 느껴본 배고픔, 처음 후원아동에게 받았던 편지 등 여러분의 기억 속에 월드비전과의 추억 한 페이지가 자리하길 바란다. 월드비전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며 직원들의 잊지 못할 추억이야기를 전한다.
- 후원동행1팀 노찬호 과장후원자들과 우간다 파야보건소 완공식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장성한 아들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고 장례비용을 보건소 건축에 기부한 후원자와 함께였죠. 아들을 대신하여 우간다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완공식 내내 눈물을 흘리셨어요. 귀국하느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파야보건소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후원자는 아이와 산모를 위해 급히 출산 선물을 구매해 현지 직원에게 전했습니다. 그 아이는 후원자의 성을 따 ‘KIM’이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 국내사업본부 김순이 본부장월드비전에서 30년을 근무하다 보니 추억이 무척 많습니다. 1989년 입사해 처음 만난 등록 아동이 사회복지사가 되고 멋진 가정을 꾸린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대프리카’ 대구의 무더위 속에서 학생 2000명과 기아체험을 한 일은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기억입니다. 직접 채용한 직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내거나, 감사 편지를 보내오는 일들도 저의 30년 월드비전 일기에 중요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 후원상담1팀 이수진 간사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해외 아동의 안전을 걱정하는 후원자가 많습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아동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미안해하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어요. 자신의 어려움보다 후원아동을 먼저 생각하는 후원자들 덕분에 월드비전이 어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것 같습니다. 참 뿌듯하고 가슴 따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국내사업팀 진이진 팀장2000년 입사 첫해 만난 눈망울이 예쁜 아이가 기억납니다. 보호자 없이 누나와 단둘이 지내던 아이였는데 생활이 어려운 아이의 집에 하루 한 번 들르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는 사춘기에 방황하더니 군 입대 소식과 함께 보기 어려워졌죠. 그런데 몇 년 후,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제 생각이 났다면서요. 이제 결혼도 하고 부사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듬해에는 아들이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아내와 함께 해외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용돈을 아껴 국내 아동을 한 명 더 후원하고 싶으니 추천해달라고 하더군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누군가의 인생에서 기억되는 사람이라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 울산지역본부 참여나눔팀 강호신 팀장어릴 적 동요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우연히 당시 영상을 보니 제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장래희망을 말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월드비전에 입사했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월드비전 후원아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진작 말씀하지 않은 이유를 여쭤보니 “하나님이 너의 삶을 어떻게 이루어가시는지 보고 싶었다” 고 하시더군요. 가슴 뭉클했어요. 월드비전은 제게 운명 같은 곳입니다.
- 대외협력팀 김동조 대리2015년 에티오피아 짐마게네티 사업장을 방문했어요. 보통 사진 촬영을 하면 현지 아이들이 몰려드는데요. 그날은 유난히 많은 아이들이 몰려왔습니다. 미리 챙겨온 사탕을 나눠주며 카메라 뒤로 보내기 바빴죠. 그런데 한 아이가 두 손을 내밀며 비켜나지 않는 거예요. 사탕도 다 떨어졌길래 빈 주머니를 보여줬는데도 아이가 제 옆구리를 찔렀어요. 해맑게 웃으며 내민 작은 손에는 구운 콩이 한 가득 담겨 있었어요. 집에서 갓 구운 콩을 주고 싶어서 왔다는 거예요. 그 순간 민망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왜 나는 아이들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구운 콩을 가득 쥔 아이의 손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제 출장 사진 중 가장 귀한 컷입니다.
- 선학복지관 운영지원팀 이현주 과장모든 게 낯설고 어리둥절하던 사회복지사 초년생 시절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아들놈이 제 아들을 나한테 놓고 가더니 연락 한 통이 없네 그려.” 묵호어시장에서 생선 손질로 근근이 생계를 잇던 할머니는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 덕분에 8년 동안 손자를 잘 키웠다고 고마워하셨지요. 시간이 흘러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달려갔더니 제 앞으로 마른 오징어 한 축과 꼬깃꼬깃한 돈 5만 원을 남기셨더군요. 정기후원을 하고 싶었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마음만 전하신다면서.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잊을 수 없습니다.
- 경남지역본부 전광석 본부장네팔에 지진이 일어난 해에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어떤 지체장애 1급 아동이 6년간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상금 43만 원을 네팔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교육감을 통해 전해왔습니다. 소식을 듣고 지역 고등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네팔 돕기 캠페인을 펼쳤죠. 교육감은 도내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네팔 대지진 성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억6000만 원의 성금을 모았고, 지진으로 고통받는 네팔을 도울 수 있었어요. 작은 나눔이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낸 아주 귀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