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지.”
고령인데다 경제 능력이 없는 할머니가 있는 힘을 다해 보아도 손녀에게 밥 한끼를 먹이는 것은 일상이 되어 주지 않았습니다. 늘 먹을 것이 부족한 손녀의 작은 키가 꼭 당신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한 할머니. 할머니의 꼬깃꼬깃했던 마음을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이 쫙 펴주었습니다. 영양이 골고루 갖춰진 반찬과 밥 그리고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세심한 사랑이 담긴 사랑의 도시락을 지원받으며 보람이(가명)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사랑의 도시락은 보람이처럼 배고픈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내일을 꿈 꾸게 해주었어요.
질병에 맞설 힘을 키워 준
반갑고 고마운 밥
바람이 차가운 뚝섬 한강 공원에 수많은 러너들이 가볍게 몸을 풉니다. 이 곳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선물하기 위한 마라톤 ‘월드비전 글로벌 6K For Water’가 열리는 현장. 휠체어를 탄 아들과 아빠도 출발선에 섭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힘차게 휠체어가 달려갑니다. 재국이와 아빠의 도전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근이영양증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재국이. 누나와 동생까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재국이네는 세 남매의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습니다. 아픈 아이들에게 끼니조차 챙겨줄 수 없었던 부모의 참담한 심정을 어떤 말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이런 재국이 가정에 사랑의 도시락이 찾아갔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따뜻한 밥을 먹고 아이들은 건강과 정서가 차츰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재국이는 온 몸의 근육이 점차 굳다 끝내 심장마저 멎게 된다는 근이영양증 환자입니다. 절망을 헤매던 때도 있었지만 사랑의 도시락으로 배고픔이 해결되고 여러 지원이 이어지면서 엄마와 아빠는 재국이와 함께 더 큰 세상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겼습니다. 재국이는 휠체어를 타고 아빠는 그 뒤를 밀며 희망의 레이스를 시작한 거예요.
2012년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2015년는 장애인 최초로 뉴욕마라톤에도 참가했습니다. 레이스를 완주한 재국이와 아빠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그 이상의 위로와 희망을 세상에 전했습니다.
코로나19로 야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며 지금은 마라톤을 잠시 쉬고 있지만 근육병 환자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재국이와 아빠의 마라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메마른 삶에 생기를 선물해 준 후원자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재국이와 가족들은 그 사랑을 되갚으며 살고 있어요. 삼남매가 3년 동안 매일 100원씩 모든 동전을 월드비전에 기부했고,해외아동과 결연도 맺었습니다. 2016년 부터는 마라톤 42.195km 완주 후 미터당 10원을 적립하여 월드비전 해외사업에 후원했답니다.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전하며 시작된 사랑의 씨앗은 이토록 크고 푸른 숲을 이루었어요.
스물을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제 25살, 어엿한 청년이 된 재국이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또, 한양사이버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서 공부하며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국내 명소 이곳저곳을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담은 앱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을 달리듯 묵묵하고 꾸준히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배고파서 서러웠던 그 때를
즐겁게 회상할 수 있는 이유
오상택 봉사자는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동동 거리던 시절을 떠올릴 때면 사랑의 도시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업 실패로 가정이 해체되고 두 아이와 맨 몸으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막막함은 당장 아이들의 끼니를 챙길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지요.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월드비전에서 사랑의 도시락을 지원하기 시작한 건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작은 아이가 2학년이 되던 무렵입니다. 아빠는 어린 아이들의 끼니 걱정을 내려놓고 택시기사, 경비 등 닥치는 데로 일하며 가정을 지켰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랑의 도시락 지원은 이어졌어요. 영양 가득한 도시락을 먹으며 건강하고 착실하게 성장한 두 아이는 이제 늠름한 파일럿과 실력 좋은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아이들을 먹여 주고 키워 준 많은 분들께 너무 고마워서 바쁜 일과 중 짬을 내 월드비전에서 봉사를 합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도시락 배달 봉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2019년 부터는 국내 아동 후원도 시작했어요. 사랑의 도시락 덕분에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 사랑을 갚아야 한다는 다짐은 더욱 굳게 자리잡습니다.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 할 때마다 아빠의 마음은 새로운 기쁨과 감사가 샘솟습니다.
사진. 윤지영 후원동행2팀,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