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초에 불을 켜서 다른 초에 불을 계속 옮겨보세요불을 나눠줘도 내 촛불은 꺼지지 않아요오히려 더 많은 초에 불이 밝혀지죠나눔도 똑같아요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끝나는게 아니에요나눔을 통해 살아나는 사람이 있고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이 생겨납니다나눔을 주고받는 모두가 따뜻해지죠.정애리 친선대사

저는 연기자이다보니 촬영장에서 참 많은 아역배우들을 만나곤 합니다. 작은 5살, 8살 어린 아이들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고 현장에 적응을 잘하는지 신기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간혹 그 아이들을 보며 슬플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할 때. 어른들처럼 굴며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거처럼 보일 때 기특해 보이는 게 아니라 참으로 슬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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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니제르>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데.’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어른의 잘못이겠지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세상처럼 여기게 만든 건 어른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만난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그 조차를 뛰어넘어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굶주림만 없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아이들은 늘 저를 아프고 슬프게 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품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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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방글라데시>

제게 만남이 허락된 그 아이들만이라도 제 아이로 품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만날 아이들도 품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언 266명이라는 대가족이 되었네요.

물론 그 중에는 아픈 사연 때문에 제 가족이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아이 죠슈아. 말라리아로 먼저 하늘나라에 간 가나에 살던 아이. 내게로 온 내 아이였지만 너무 늦게 만나 그간의 영양실조로 말라리아 약을 견디지 못한 죠수아. 죠수아는 제게 참 많은 눈물을 주었지만 또 그래서 이 일을 더 미루면 안 된다는 깨달음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견디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아이들은 계속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서둘러 더 많은 아이들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을 보내고 눈물만 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저는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을 품고 싶습니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일하는 이유

물론 대가족의 가장이니 저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우리 모두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잠을 조금 덜 자고 갖고 싶은 거 조금 참고 조금 더 절약하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습니다.

“나의 기도”

몇 년 전부터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다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제 60세 생일쯤으로 잡고 있지만 더 일찍이어도 조금 늦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쩌면 평생 동안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그 동안 견뎌줘서 고맙다며 꼬옥 안아주고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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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에서 재회한 후원 아동 삼 형제>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에게 향해있는 사랑이 관념이 아니고 실체임을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힘으로 세상 살아갈 힘을 얻으면 참 좋겠습니다. 나아가 자기들에겐 ‘정애리’로 연결된 또 다른 많은 형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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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과 함께한 12년”

어쩌면 그 시간은 제게 가장 많은 선물을 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얻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행복을 얘기 할 수 있었겠어요? 제게 이 일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함께 해준 월드비전. 견뎌준 아이들…그리고 행복에 동참 해주신 많은 후원자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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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애들아!!
앙카, 티모시, 쯔쯔크, 붐자야, 네스빠라야, 와이발라기, 디엔, 윌슨, 리챠드, 모니, 티에리, 무아오, 조슈아!
고마워! 사랑해!

 

글. 정애리
사진. 김민경 사진작가,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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