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초에 불을 켜서 다른 초에 불을 계속 옮겨보세요. 불을 나눠줘도 내 촛불은 꺼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초에 불이 밝혀지죠. 나눔도 똑같아요.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끝나는게 아니에요. 나눔을 통해 살아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나눔을 주고받는 모두가 따뜻해지죠. – 정애리 친선대사“
저는 연기자이다보니 촬영장에서 참 많은 아역배우들을 만나곤 합니다. 작은 5살, 8살 어린 아이들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고 현장에 적응을 잘하는지 신기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간혹 그 아이들을 보며 슬플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할 때. 어른들처럼 굴며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거처럼 보일 때 기특해 보이는 게 아니라 참으로 슬프더군요.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데.’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어른의 잘못이겠지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세상처럼 여기게 만든 건 어른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만난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그 조차를 뛰어넘어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굶주림만 없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아이들은 늘 저를 아프고 슬프게 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품고 싶었습니다.”
제게 만남이 허락된 그 아이들만이라도 제 아이로 품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만날 아이들도 품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언 266명이라는 대가족이 되었네요.
물론 그 중에는 아픈 사연 때문에 제 가족이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아이 죠슈아. 말라리아로 먼저 하늘나라에 간 가나에 살던 아이. 내게로 온 내 아이였지만 너무 늦게 만나 그간의 영양실조로 말라리아 약을 견디지 못한 죠수아. 죠수아는 제게 참 많은 눈물을 주었지만 또 그래서 이 일을 더 미루면 안 된다는 깨달음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견디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아이들은 계속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서둘러 더 많은 아이들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을 보내고 눈물만 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저는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을 품고 싶습니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일하는 이유“
물론 대가족의 가장이니 저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우리 모두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잠을 조금 덜 자고 갖고 싶은 거 조금 참고 조금 더 절약하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습니다.
“나의 기도”
몇 년 전부터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다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제 60세 생일쯤으로 잡고 있지만 더 일찍이어도 조금 늦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쩌면 평생 동안 한 번도 못 만날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그 동안 견뎌줘서 고맙다며 꼬옥 안아주고도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에게 향해있는 사랑이 관념이 아니고 실체임을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힘으로 세상 살아갈 힘을 얻으면 참 좋겠습니다. 나아가 자기들에겐 ‘정애리’로 연결된 또 다른 많은 형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월드비전과 함께한 12년”
어쩌면 그 시간은 제게 가장 많은 선물을 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얻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행복을 얘기 할 수 있었겠어요? 제게 이 일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함께 해준 월드비전. 견뎌준 아이들…그리고 행복에 동참 해주신 많은 후원자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외치고 싶습니다.
“보고싶다 애들아!!
앙카, 티모시, 쯔쯔크, 붐자야, 네스빠라야, 와이발라기, 디엔, 윌슨, 리챠드, 모니, 티에리, 무아오, 조슈아!
고마워! 사랑해!”
글. 정애리
사진. 김민경 사진작가,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