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저녁, 양재동의 한 교회 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왈츠 선율.

19일 본 공연을 앞두고 열린 연습의 현장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지휘자의 손 끝에 단원들의 눈동자와 호흡이 집중된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오보에, 플롯, 호른, 팀파니 등 17개 악기, 73명 단원들이 소울챔버오케스트라의 일곱 번째 공연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선생님 세대부터 제자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단원들 가운데 언니와 동생이 사이좋게 참여한 한지예, 한지수 자매를 만났다.

Q1. 언니가 먼저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고등학생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박영경 선생님(현재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악장)이 추천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음대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집안형편 상 레슨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는데 선생님이 사례비도 받지 않고 레슨을 몇 번씩 해주셨거든요. 재능나눔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께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기쁘게 참여했죠.

한지예 씨는 2011년인 2회 공연부터 현재까지 6년째 꾸준히 바이올린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회 공연에는 현악기 중심의 ‘소울 스트링스’에서 3회부터는 현악기뿐 아니라, 관악기, 타악기까지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갖춰 50명 이상의 단원들이 참여했다.

수준급 연주자들이 모두 사례비 없이 순수 재능나눔으로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단.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맑은 물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면 결코 7회의 공연까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Q2. 공연을 위해 연습시간을 빼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힘든 적은 없나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주변의 친구들도 한 번씩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이름을 들어봤다고 해요. 또, 좋은 공연이라는 평도 많아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에요. 제가 레슨을 하고 있는 학부모에게 우리 공연에 대해 소개하며 연습 때문에 수업시간을 바꾸어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면 오히려 더 응원해주시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응원까지 받으니 너무 기뻐요.

 

Q3. 지수 씨는 언니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건가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제가 권한 건 아니에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단도 플룻은 2~3명 정도로 소수인원인데 제 동생이라고 해서 여기에 넣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 동생을 추천한다는 게 더 조심스러웠고요. 혹시나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마음만 있었죠.

동생 한지수 씨(플룻 연주자) : 다른 단원을 통해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사례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니가 항상 참여하던 그 오케스트라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언니와 함께 있어서 물어봤더니 맞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하겠다고 했죠. 박영경 선생님이 언니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라는 걸 잘 아는 만큼 저 역시 선생님이 하는 일이라면 꼭 함께 참여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저에게도 주어져서 감사하고 기뻐요.

 

Q4. 자매가 이렇게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일 것 같은데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동생 한지수 씨(플룻 연주자) : 언니랑 이렇게 같은 무대에서 한 오케스트라단으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언니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렇게 저도 음악을 시작하고 항상 언니를 쫓아가는 입장이었는데요. 이제 같은 무대에서 연주한다고 하니 동등한 연주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요. 언니한테 내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워낙 실력 있는 단원 분들이 많으신데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늘 해오던 연주이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을 생각하니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크고 비장한 각오가 드네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이번 공연은 예전보다 좋은 홀에서 열려요. 저희가 성심 성의껏 연주해야 공연을 보신 분 중에서 한분이라도 더 아프리카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리허설 전까지도 계속 개인연습을 열심히 하고 왔어요.

 

Q4. 앞으로 소울챔버 공연이 진행된다면 계속 함께할 마음이 있으세요?

동생 한지수 씨(플룻 연주자) : 제 힘만으로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제일 잘할 수 있는 연주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불러만 주신다면 계속해서 참여하고 싶어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4회 공연은 제가 임신했을 때였어요. 입덧이 심해서 중간중간 토하기도 하면서 연습에 참여했죠. 5회 공연은 모유수유를 할 때였는데, 쉬는 시간마다 짬을 내서 유축을 하면서 참여했고요. 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오가면서 얼른 집에 가서 아이 젖 물리면서 연습했는데 어느새 그 아이가 벌써 4살이네요. 돈 때문에 하는 연주였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겠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연주이기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만사를 제쳐두고 나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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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마지막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계신 관객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동생 한지수 씨(플룻 연주자) : 귀한 기회인만큼 기쁘게 그리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80명의 단원 모두 같은 마음이에요. 공연 많이 보러 와주세요!

언니 한지예 씨(바이올린 연주자) : 일곱 번 째 공연이니까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해요.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 소중한 후원금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전하는 월드비전 그리고 순수 재능나눔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원들까지. 다양한 악기가 모여 더욱 크고 고운 소리가 나듯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하나로 모여 더 큰 열매가 열리길 기대한다.

 

글, 사진. 커뮤니케이션팀 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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