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함께’할 때 가장 빛난다 운동도, 나눔도

지난 2월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컬링’ 경기. ‘안경선배’의 진지한 표정과 목 놓아 ‘영미’를 부르던 모습, 연장전 끝에 결승에 진출한 순간,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따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 모두 함께 울고 웃었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나눔도 특별한 경북컬링팀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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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 컬링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경북컬링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 컬링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경북컬링팀. 출처: 연합뉴스

‘함께’할 때 더욱 커지는 ‘기쁨’

“안녕하세요? 경북컬링팀인데요. 월드비전에서 해외아동 한 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월드비전 로고를 유니폼에 넣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어느 날 월드비전에 걸려온 문의 전화 한 통. 매일 후원자들의 다양한 문의가 있지만, 자신들의 유니폼에 월드비전 로고를 넣어주신다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경북컬링팀을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날 저녁 스포츠 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녀팀, 남녀혼성팀까지 세 팀을 다 석권한 경북컬링팀’이라는 소식과 함께 선수들의 모습이 비쳤다. 그 순간 유니폼에 붙은 월드비전 로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기쁜 소식과 반가운 마음에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컬링훈련원을 찾았다. ‘어떻게 로고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달려간 그곳에서 여자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민정 감독과 남자 국가대표팀을 맡은 장반석 감독 부부를 만났다.

“컬링은 4명이 한 팀을 이루는 경기입니다. 정신력과 협업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역량은 물론 팀워크가 정말 중요한 종목이에요. 그래서 대표적인 ‘패밀리 스포츠’이기도 하지요.” 동기동창, 자매, 형제 등으로 구성된 경북컬링팀은 ‘우리’라는 연대와 팀워크가 그 어느 팀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 또 서로를 잘 아는 만큼 배려심도 크다. 팀 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선수와 지도자가 함께 의논하고, 가능한 한 선수들의 요구를 우선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후원을 시작하고 로고를 넣는 것 모두 선수들과 함께 결정했다고.

월드비전 후원자이기도 한 경북컬링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지난여름, 7년여간 후원한 보스니아 후원아동 사진을 들고 ‘파이팅’을 외쳤다.

월드비전 후원자이기도 한 경북컬링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지난여름, 7년여간 후원한 보스니아 후원아동 사진을 들고 ‘파이팅’을 외쳤다.

 

태극마크 옆 월드비전 로고

“해외에서 열리는 상금 대회에 많이 출전하는데, 훈련비용 외에 선수들이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돈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요. 월드비전은 2010년 여자 국가대표팀이 처음 창단된 후부터 후원하고 있습니다.”

김민정 감독은 이렇게 후원을 시작한 배경에는 고난과 가시밭길이던 경북 컬링의 역사가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저희가 나눔에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님의 가르침 때문이에요. ‘금전적인 지원, 관심과 응원 등 우리가 받은 도움을 다시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부회장님의 한마디가 월드비전 문을 두드린 계기였죠. 한국의 컬링이 ‘강한 컬링을 넘어 선진 컬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든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부회장님과 지역 어른들 곁에서 자란 지도자와 선수들이에요.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김경두 부회장님은 열정과 헌신으로 실천하셨어요.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자란 저희는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 생각은 월드비전 로고 나눔으로까지 이어졌어요.” 그렇게 경북컬링팀은 태극마크 옆에 월드비전 로고를 붙이고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세계 대회 경기장을 누볐다.

월드비전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경북컬링팀.

월드비전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경북컬링팀.

월드비전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에 정성껏 사인을 하고 있는 경북컬링팀.

월드비전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에 정성껏 사인을 하고 있는 경북컬링팀.

 

‘나눔’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팀워크

해외에서 주로 훈련하고 세계적인 큰 대회에 참석하다 보니 365일 중 360일은 함께 보내는 ‘가족’이자 ‘동료’다.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좋을 수밖에 없지만 ‘후원아동’은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는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남자 국가대표팀 김창민 선수는 20년 전 방과 후 클럽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숱한 어려움을 딛고 지금의 경북컬링팀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후원아동에 대한 애정은 다른 선수들도 대단하다. 김민찬 선수는 “후원아동이 우리 경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월드비전 로고를 달고 출전한 자신의 모습을 아동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다.

여자팀 선수들은 좀 더 적극적이다. “숙소에 붙어 있는 아동 사진을 볼 때마다 선물이나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막상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대회 출전이나 훈련으로 정신없어요. 어느 날 훌쩍 자란 아동 사진을 받으니 대견하더라고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김영미 선수는 마음처럼 아동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김영미 선수의 친동생인 김경애 선수는 언니의 경기를 보러 왔다가 컬링을 시작해 지금은 같은 팀 동료가 되었다. 김경애 선수 역시 ‘올해 계획 하나가 후원아동을 늘리는것’이었다면서 국내아동을 한 명 더 후원하기로 했다.

2011년부터 후원해오던 보스니아 아동은 올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이사를 가서 더 이상 후원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경북컬링팀이 전한 사랑과 관심 덕분에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한 것처럼, 경북컬링팀 역시 국민들의 관심으로 앞으로 더욱 단단한 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20년 한국 컬링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경북컬링팀. 긴 역사와 전통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컬링팀으로 선발, 한국 컬링 사상 최초 은메달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우리나라에서 컬링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노력이 지금의 결실을 가져온 것이다. 귀한 열매에 대한 보답으로 선수들 역시 나눔의 씨앗을 전파하고 있다.

 

글. 김수희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윤지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경북컬링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