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날, 이번 여름 케냐 올도니로 마을로 비전로드를 다녀온 후원자님들의 후속 모임이 있었습니다. 언제 올까 기다리는 마음이 꼭 첫 데이트처럼 간질간질하고, 한 분씩 들어올 때마다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려고 모였는데 후식에 저녁까지 하고도 못내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만 15분째.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애틋하게 만들었을까요?


 

우리의 첫 만남

지금은 함께 있는 1분 1초가 아쉬운 우리에게도 눈 한 번 마주치기 어려운 처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걱정했거든요. 가서 할 일이 되게 많겠다고 생각했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거야.
나는 큰일났다. ‘꽃보다 할배’ 짐꾼 느낌으로 가야 하나 부담감이 있었죠”
_유재혁 후원자
“기봉이 형 볼 때 심란했죠. 누가 지각해서 늦게 들어오는데, 표정이~~.
이 사람 진짜다, 범접할 수 없겠다 생각했어요”
_김성중 후원자

부담되고 심란했던 우리의 첫 만남인 사전 오리엔테이션은 공항에서 만나자는 짧은 인사와 동시에 저마다 바쁘게 흩어지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소득증대사업장에서 후원아동의 어머님들께 선물 받은 전통 의상을 입은 후원자들

소득증대사업장에서 후원아동의 어머님들께 선물 받은 전통 의상을 입은 후원자들

수도 설치 봉사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혜지 후원자

수도 설치 봉사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혜지 후원자

찬란했던 우리의 일주일

약간의 어색함과 큰 설렘을 안고 도착한 케냐. 그곳에서 우리는 찬란한 순간들을 만났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선물 같은 시간을 가졌고

“아동 가정에 수도 시설 설치하러 가서 물 나오기 기다릴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는데 모인 동네 아이들이랑 같이 노래 부르고, 제가 ‘안녕?’ 하면

아이들이 따라 하고.”
_이혜지 후원자

새로이 후원자를 만나게 될 아이들을 위해 직접 아동 등록도 했습니다.

“제가 등록한 아이랑 너무 친해져서 돌아갈 때 아이가 울면서 달려와서 안겼던 순간이 아무래도 제일 기억에 남죠.”
_권형주 후원자

손꼽아 기다렸던 후원아동과의 만남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안 계셔서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사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평생 기억할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_김정현 후원자

 

우린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잊지 못할 순간을 공유하면서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유대감이 쌓였습니다. 함께 웃고 눈물 흘리다 보니 마지막 날 즈음엔 ‘어떻게, 이렇게, 딱 우리가 만났을까? 우린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생각할 정도였죠.

“합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사전 모임 할 때는 못 느꼈는데(웃음) 운명 같았어요.
한 명 한 명 역할도 너무 딱 맞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_이혜지 후원자
“우리는 뭐 가족이었지.
이분들이 없었으면 이런 경험이 없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함께해서 더 값졌던 것 같아요.”

_김성중 후원자

 

이젠 우리 월드비전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케냐에서의 일주일은 우리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남겼습니다. 주어진 나의 하루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젠 불평을 안 해요. 학원 다니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전에는 왜 하지 했는데 이제 열심히 해야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_김성중 후원자

 

또 다른 아동후원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아동 등록을 하며 정이 담뿍 든 아이를 직접 후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다녀와서 후원아동이 또 늘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_이윤성 후원자

 

월드비전 앞에 자연스럽게 ‘우리’가 들어갈 만큼 월드비전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고,

“예전에 월드비전은 그냥 많은 NGO 중에 하나였는데 지금은 더 애정이 가요.
내 월드비전? 우리 월드비전? (웃음)”

_이혜지 후원자
“후원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겨서 친구한테도 같이하자고 했어요.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걸 직접 보고 나니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_유재혁 후원자

 

이 깊은 애정이 동기가 되어 월드비전의 인턴이 된 후원자님도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4학년 2학기니까 취업 준비에 바빴을 거예요.
그런데 케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하고 오니까 월드비전이 조금 더 궁금하고 함께 일해 보고 싶어졌어요.”

_장기봉 후원자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김성중 후원자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김성중 후원자

비전로드 중 촬영했던 사진을 바라보는 유재혁 후원자

비전로드 중 촬영했던 사진을 바라보는 유재혁 후원자

직원들에게도 마음이 더욱 뜨거워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정 내내 후원자님들을 보며 감동했다는 현장 직원은 마지막 날 “한국 사람들에게는 나눔의 특별한 DNA가 있는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마음을 기억하며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안아주는 후원자님의 모습에서, 아이의 닳아 해진 신발과 본인의 새 신발을 기꺼이 바꿔주는 모습에서 무한한 사랑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날 다녀온 비전로드는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오늘까지도 아니 언제까지고 계속 진행 중인 것만 같습니다. 긴 작별 인사가 끝나고 돌아 걷는 길, 진한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가 밀려옵니다.
비전로드로 운명처럼 만난 우리는 앞으로 월드비전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을, 어떤 추억들을 쌓게 될까요? 함께할 수많은 날들은 아~ 얼마나 더 좋을까요?

 

 

글. 김다이 후원동행2팀
사진. 임희진 후원상담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