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페루가 한국의 약 10배가 넘는 국토 면적을 갖고 있어 한 나라 안에 다양한 기후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그 중에서도 ‘이키토스’ 지역은 열대 기후로 인해 태양이 매우 뜨거워 지역 주민들이 열대감염병과 말라리아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월드비전 초보직원의 출장기와 함께 어떻게 월드비전이 이키토스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감염병과 지역주민의 기초보건증진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볼까 해요.

 

시작은 험난하나 끝은 창대한(?) 출장일기

남미는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을 한번 거쳐야 하는 먼 곳입니다. 이번에도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월드비전에 입사하고 이번이 두 번째 출장이었는데, 가는 길이 힘들어서인지 피로가 더 많이 느껴지는 출장이었습니다.

11월 18일 페루 리마 공항에서는 여객기와 소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저의 출장을 위한 리마행 비행기는 뉴욕을 한 번 거쳐 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해당 사고의 여파가 지속되어 뉴욕에서 리마로 가는 연결항공편이 출국 전날 취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출국 수속을 위한 항공사 카운터에서 알게 되었고, 결국 비행일정이 인천에서 뉴욕, 뉴욕에서 브라질 상파울로를 거쳐 페루 리마로 가는 경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30시간 정도 걸리던 경로가 50시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아! 역시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게 우리 사업이구나.”

페루 리마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 (피곤한 몸으로 택시 안에서 찍은 것이라 초점이 상당히 나가있네요^o^;;)

페루 리마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
(피곤한 몸으로 택시 안에서 찍은 것이라 초점이 상당히 나가있네요^o^;;)

우여곡절 끝에 리마에 도착하니 그 어느 때보다 호르헤 차베스라는 글자가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리마 공항의 풀 네임은 호르헤 차베스(Jorge Chavez) 국제 공항입니다. 호르헤 차베스는 페루의 유명한 비행사였다고 합니다!

페루 월드비전 직원들과의 회의

페루 월드비전 직원들과의 회의

월드비전은 글로벌 NGO인 만큼,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 본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리마에 도착한 다음 날, 페루 본부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사무소(National Office)를 방문하여 우리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페루는 우리나라 반대편에 위치한 먼 나라임에도 비슷한 정서를 교류하고 있는 점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람들이 정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라고 엄청난 환대를 해주시고 반가워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도 그런 점을 크게 느꼈답니다.

월드비전 대다수의 사업이 그러하듯, 우리 사업의 대상지역 또한 수도가 아닌 수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방입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신 분이 계신가요? 여기에 나오는 페루 이키토스 지방이 바로 저희 사업 지역입니다.

수도인 리마에서 이키토스로의 이동은 비행기로만 가능합니다. 넓은 아마존 유역을 품고 있어서 육로 이동이 불가능한 것이지요. 저는 시차 적응을 덜 끝낸 채로 회의 다음 날 이키토스로 출발해서, 이키토스로 이동하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기절하듯 쓰려져 잠들었다가 도착 후 깨어났답니다.

이키토스 전경

이키토스 전경

열대기후가 가져오는 여러 문제들

이키토스는 페루에서 9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우리 사업은 이 페루 아마존 지역의 열대감염병인 말라리아와 뎅기열 유병률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페루는 국토 면적이 세계 19위로(한국의 대략 10배입니다) 엄청 넓은 면적을 지닌 만큼, 한 나라 안에 다양한 기후를 품고 있습니다. 수도인 리마는 해안 도시라 해가 많이 들지 않고 항시 안개가 껴있는 반면, 사업대상지역인 이키토스는 열대 기후로 항상 찌는 듯한 태양이 작렬합니다. 리마에는 없는 열대감염병이 이키토스에는 왕왕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안에서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아마존 강에 인접하여 사는 지역 주민들일수록 열대감염병에 취약하고,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감기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합니다.

아마존 유역에 가까이 사는 주민들

아마존 유역 가까이에 있는 마을 모습

아마존 유역에 가까이 사는 주민들

아마존 유역에 가까이 사는 주민들

 

문제를 해결하는 월드비전의 보건 사업

열띤 이해관계자 회의 모습

열띤 이해관계자 회의 모습

이곳에서 월드비전은 지역 보건부와 협업하여 보건소 직원 개개인의 역량강화를 지원할 뿐 아니라, 마을 보건 요원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들이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여 의사가 가기 어려운 먼 곳까지 지역 주민에게 밀착해서 케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답니다.

제가 출장가있는 동안 보건소 직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1년간의 사업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것을 보며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래오래 묵혀두던 생각들이 아니었을까, 정말 이런 사업이 이곳에 꼭 필요했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의 다양한 활동의 이면에는 이런 활동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업무를 잘 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장의 직원들과 같이 모여서 예산집행률을 점검하고, 회계증빙 자료를 같이 검토하는 등 오피스 워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장 직원들과의 회의

현장 직원들과의 회의

신비한 맛의 아구아헤(Aguaje)

신비한 맛의 아구아헤(Aguaje)

오피스 워크를 함께 하던 어느 날 직원들이 저에게 한번 먹어보라며 간식을 주었습니다. 아마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아구아헤(Aguaje)라는 열대과일을 얼린 것이라고 합니다. 첫 맛은 톡 쏘는 듯한 맛으로 우리에게 친숙지 않은 맛에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목에 넘겨보니 달달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한입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또 손이 가서 결국 다 먹어버린 간식입니다.

잠시 저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은 이곳의 구황작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기에서는 유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더 통용되는 단어는 카사바입니다. 이 카사바를 튀긴 것을 유카 프리타(Yuca Frita)라고 하는데요, 고구마와 비슷한 식감인데 좀 더 심심한 듯한 맛이 좋아서 식당에 가서 늘 유카 프리타 한 접시를 따로 시켜먹고 통통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어느 식당에 가나 김치처럼 있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기본 반찬으로 주지는 않고 따로 시켜야 해요.

우나 뽀르씨온 데 유카 프리타 뽀르 빠보르(Una porción de yuca frita, por favor.) 라고 하면 갖다 줍니다.

이천원 정도가 추가되어요! 그러면 이렇게 정체불명의 소스를 꼭 함께 주는데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더 별미입니다.

화끈하게 그냥 맛있는 유카 프리타(Yuca Frita)

화끈하게 그냥 맛있는 유카 프리타(Yuca Frita)

이곳에서 저의 눈길을 끌었던 풍경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전깃줄에 신발을 매단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땐 뭔가 섬찟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전선에 신발을 매다는 이유는 지역에서 축하해야 할 행사가 있을 때 눈에 띄는 곳에 다 같이 알려서 공유하고자 함이라고 합니다.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사연을 듣고 보니 주민들이 서로를 위하는 데 있어 소박하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신발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니 꽤 큰 행사였던 모양입니다.

신발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니 꽤 큰 행사였던 모양입니다.

 

우리 사업은 소중한 하루를 지켜내는 일

이곳의 업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입니다.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최대한 이른 시간부터 일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지요. 일찍 나와야 하는 탓에 제가 묵던 숙소의 조식을 먹지 못하고 가는 길에 늘 거리에서 파는 작은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800원 정도 합니다. 이곳의 여자들은 주로 이런 일을 하고, 남자들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모토택시를 많이 운영합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늘 자기 자리를 지키던 노점과 모토택시들을 보며 이곳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주어진 환경 안에서 성실히 살아내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으로 먹던 800원 샌드위치

아침으로 먹던 800원 샌드위치

주 이동수단인 모토택시

주 이동수단인 모토택시

그런데 기후 취약성 때문에 그런 평범한 하루들이 말라리아와 같은 무서운 병으로부터 위협받게 된다는 건 너무 비극적인 일이지요. 그렇기에 우리 보건 서비스의 노하우를 최대한 전파하여 이들의 소중한 하루를 잘 지켜낼 수 있게 하는 일은 참 의미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면, 힘든 출장의 피로가 한 번에 다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사명감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사업은 진단 키트를 보급하고 이동진료를 실시하여 지금 당장 열대감염병의 감염률을 낮추는 활동을 수행할 뿐 아니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 제고 활동을 시행하여 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지역의 보건 서비스의 역량 자체를 높이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부디 감염병의 위협을 명확히 인식하고 평범한 삶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아마존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챠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

사업 현장의 아기

사업 현장의 아기

페루 출장중인 국제개발사업1팀 이지수 대리

페루 출장중인 국제개발사업1팀 이지수 대리

인식 제고 활동 대상 학교 아이들의 모습

인식 제고 활동 대상 학교 아이들의 모습

글 · 사진 이지수 국제개발사업1팀  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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