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 일 년 사이 키가 이렇게 훌쩍 큰 거야?
좀 있으면 나보다 훨씬 크겠는걸!”
“에이, 그래도 볼록한 아저씨 배는 못 따라 갈 거에요.”
“하하하하하”
3,000명의 아이들과 왁자지껄 웃고 수다떨며 후원아동성장소식지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6월이다. 1월부터 6월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김질 하였다.
‘내가 월드비전에서 누굴 위해 일하는 걸까?
… 바로 우리 아이들!’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은 이처럼 나에게 큰 선물을 주지만, 솔..직..히.. 버겁다.
전년 12월부터 사업장 직원이며 자원봉사자들 모두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2월부터 시작되는 3,000명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을 시작해야 하니 전장에 나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한다. 5월까지 80%를 마쳤으니 이제 고지가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을 시작하는 나에게 항상 큰 위로가 된다.
부바네스와르 3,000명 아이들의 후원아동성장소식지를 책임지는 결연사업 직원 2명, 사업장 현장 직원 5명, 자원봉사자 10명. 총 17명이 바로 이 지역 모든 아이들을 책임지는 정예의 APR군단이다.
요즘은 여름이라 너무 더워 오전 11시부터 4시에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 그래서 오전8시~11시, 오후 4시~6시까지 열심히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누빈다.
3,000명 아동의 사진을 찍기 위한 정예군단의 필수 준비물은 디지털 카메라 2대!
누군가는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이것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러 부바네스와르 빈민가 지역으로 출발! 가깝게는 2km, 먼 곳은 12km를 오토바이와 릭샤를 타고 다닌다. 포장도 안 된 먼 길을 다니는 수고로움과 피로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는 순간 다 날아간다.
만약 아이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면 그게 제일 힘들텐데 아이들이 마냥 좋아하니 나도 뿌듯하고 즐겁다. 이것으로 작게나마 아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참 감사할 뿐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디지털 카메라를 볼 수 있으며,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을까.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한 두 해 사진을 찍다 보니 익숙해져 이제 포즈도 다양하다.
“저, 자전거 타고 있는 모습 어때요?”
“전, 엄마가 염소 잡고 있을 때 제일 멋지대요.
염소 잡고 있을 테니 찍어주세요.”
다소곳이 채소밭에 물주는 아이, 크리켓 놀이하는 아이… 다양한 포즈 중 단연 최고는 빳빳하게 경직된 모습! 즐거운 아이들의 속마음과 달리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은 제법 진지하다. 다른 친구들과 어른들이 보는 데서 사진을 찍으려니 쑥스러움과 민망함에 어색한 미소. 이런 아이들의 모습들까지도 귀엽다, 귀여워!
포즈뿐 아니라 옷도 신경쓴다.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이기에 친척집 방문이나 명절에만 입는 특별한 옷이 한 두벌 있는데 , 그 연중행사용 옷을 입고 사진 찍으러 나온다. 아이들에게 후원아동성장소식지 의 사진을 찍는 일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다.
종종 한국월드비전 직원으로부터 “우리 애 작년 사진을 올해도 그대로 받은 것 같아요. 옷이 똑같아요.” 라는 후원자님의 문의를 받게되면 기꺼운 마음으로 답한다.
“네피쉬가 깨끗한 옷이 한 두 벌뿐이라
작년과 올해 같은 옷을 입었네요.
아이가 그 옷을 입고 찍은 건,
후원자님께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 거예요.”
아이의 이런 마음을 후원자님도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후원아동성장소식지 사진을 찍는 것뿐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준비해 간 색연필, 크레파스, 연필을 주면 색색으로 알록달록 그리며 자기 그림에 만족하는 녀석들.
닭, 염소, 차, 꽃, 과일, 나무, 해, 집, 등 아이들이 주변에서 보고 자라는 것들과 비행기, 차, 축구공 등 갖고 싶은 것들을 생글생글 웃으며 그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을 하며 자기가 특별한 아이임을 느끼며 행복해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꺼려해서 참 어렵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지만 이제 나도 6년차!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많이 예뻐졌구나. 좋아하는 남자친구 없어?
학교 생활에 어려운 건 없니?”
이렇게 물으며 대화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풀린 아이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그나 저나 방학이라 집을 비운 녀석들은 어쩌나. 친척집에 갔거나,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찾아갈 때마다 만나보기 힘든 아이들! 녀석들, 내 기필코 사진을 찍고말테다!
아이들이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을 열심히 하게 하는 건, 사탕? 과자? 노~노~! 뭐니 뭐니 해도 후원자님들의 답장과 같은 반응이 단연 최고의 동기 유발책이다.
자신들의 후원아동성장소식지에 대한 후원자님의 편지와 선물을 받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받게될 후원자님의 반응에 한껏 부풀어 더욱 신나게 참여한다.
오늘 루치카의 질문을 받고 나는 너무 미안했다.
“왜 저는 후원자님한테
아무 편지도 선물도 받지 못한 거죠?
다른 친구들은 다 받았는데…
언제쯤 후원자님이 저를 기억하실까요?”
내가 아무리 “후원자님은 너의 편지와 후원아동성장소식지를 받고 무척 좋아하시는데 너무 바빠서 답장을 못하고 계신 걸꺼야”라고 얘기해도 서운한 아이의 마음은 잘 풀리지 않을 듯하다.
‘오, 신이시여!
우리 루치카 후원자님이
꼭 한 번 답장을 보내오게 하소서!’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활동을 통한 아이들과의 즐거운 만남도 이제 6월이면 마무리다. 7월에 후원자들에게 보내고 깨끗이 마무리하고 나면 수고한 우리 직원들과 봉사자들과 함께 맛있는 밥 한 번 먹어야지!
이렇게 월드비전 현지 직원들과 아이들의 웃음이 담긴 후원아동성장소식지를 받으시고 후원자님도 같이 즐거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알바니아의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현장 스케치
모잠비크 의 후원아동성장소식지 현장 스케치
존 모세(John Moses)
“3,000 개의 후원아동성장소식지, 제겐 별 거 아니죠!”
인도 부바네스와르 사무실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열정의 마흔 셋 사나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배우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꿈꾸며 1997년 인도월드비전에 입사.
회계 업무, 사업 팀장을 거쳐 지금은 아이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돌볼 수 있는 결연사업담당 직원으로 신나게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