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제 발표 났어요! 특성화고등학교 합격했어요.” 밝게 웃으며 들어오는 3학년 민지(가명).
“축하해 민지야! 너무 잘 됐다.” 유은화 선생님의 얼굴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진우(가명)! 넌 여자친구한테 빼빼로 받았어?”
“아 선생님, 저 헤어졌잖아요…. (웃음)”
선생님과 아이들의 다정한 대화가 찌뿌둥-한 아침을 깨우는 이곳은!?
“신성중학교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교실
<월드비전 아침머꼬>입니다.”
“안녕하세요,
교육복지사 유은화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한 지 벌써 5년이네요.”
“여기는 월드비전의 조식지원사업 <아침머꼬>가 진행되는 교실이에요. 아침머꼬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직접 조리한 아침밥을 매일 제공하고 있어요. 동시에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통해 심리·정서적인 도움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현재 전국 111개의 초/중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7시쯤 집에서 출발해요. 피자나 만두처럼 조리할 요리가 있는 날엔 더 일찍 나와요. 사실 힘든 건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거든요. 메뉴를 정하고 장보고 요리하고 배식하고, 아이들의 개인 상담까지.”
“지금 아침머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12명의 아이도 직접 선정했어요. 저희 학교에만 지원이 필요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백여 명에 달하거든요. 한명 한명의 환경과 사연을 살피고, 담임선생님들께 직접 추천도 받았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주의한 부분은 혹시나 아이들에게 ‘낙인감’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였어요.”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아이들에게 충분히 월드비전의 <아침머꼬> 프로그램에 관해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어요. 여러 메뉴를 만들어서 시식회를 열기도 했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했어요. 최대한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며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정해진 시간 내에 10인분 이상을 만들어야 하니 조리시간을 고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답니다. (웃음)”
“아이들과 함께 만든 단체 카톡방이 있어요. 매일 밤에 다음 날 아침 메뉴를 공지해주고 있어요. 얘들이 보통 수업이 시작되는 9시보다 1시간~30분 정도 빠르게 등교해서 아침을 먹거든요. 혹시나 늦어서 아침을 먹지 못하더라도 ‘샌드위치’처럼 싸갈 수 있는 메뉴가 나오면 들러서 가져가라고요.”
“아침밥 한 끼로,
학생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정말 느껴져요.”
“2학년 유진(가명)이도 처음 왔을 때는 혼자 조용히 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까 보신 것처럼 너무 밝게 언니, 동생들이랑 잘 어울려요. 지금의 모습만 보면 예전 모습은 정말 상상이 안 되시죠?
학생들이 다 내색은 안 하지만, 마음 깊숙이 여러 어려움을 갖고 있어요. 한 부모 가정 아이도 있고, 친척과 함께 사는 결손가정의 아이도 있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정말 많고요.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잘 서포트 하는 게 저의 가장 큰 과제이고 역할이겠죠.”
“아침머꼬 프로그램의 가장 좋은 점이 바로 그거예요. 사실 아이들과 정말 친밀하지 않으면 챙길 수 없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아침을 함께 먹으며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생리대, 안경, 치과 의료비 지원부터 관심 분야의 국제 캠프 참여 기회’까지 도울 수 있는 크고 작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가끔은 얘들이 요리하기도 해요. 어제는 주먹밥과 계란 프라이가 메인 요리였는데, 자기들도 잘 할 수 있다면서 남학생 둘이 계란 프라이를 직접 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줬어요.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설거지도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해요. 받기만 하는 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연습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건데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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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아침 먹어서 좋아요.’
아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에요.”
“지각하던 아이들도 여기에 오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를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기에 오고. 삼삼오오 친구들도 데려와서 같이 나눠 먹고 수다도 떨고. 밥 한 끼 이상의 즐거움이 있는 거겠죠? 아이들이 이 공간, 아침머꼬 교실을 참 좋아하게 느껴져요.”
“전에는 아침 수업 때 자주 졸았었는데,
이제는 배가 불러서 잠이 안 와요. (웃음)”
– 2학년 강민(가명)
“혼자 챙겨 먹어야 하니까 아침을 못 먹었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니까 즐거워요.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어요”
– 2학년 진우(가명)
“아침마다 무언가 허전했던 게 사라졌어요.”
– 1학년 미나(가명)
“학생들에게 전하는 ‘아침 한 끼’는 제 존재의 의미인 것 같아요. 에너지원이기도 하고요. 여러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힘들 때도 정말 많아요. 그래도 학생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나요. 결국, 제가 이 학교에 존재하는 이유는 ‘아이들’이니까요.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 없게 만들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보람이 담겨있어요.”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저의 진심도 딱 하나에요.
‘힘들 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아침밥보다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하고 그리운 건 따뜻하게 챙겨주는 누군가의 ‘손길’ 아닐까요? 제가 전하고 싶은 진심도 딱 하나에요. ‘힘들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 언제든 찾으면 손잡아 줄 그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달라고.”
오늘도,
내일도 이곳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기다려주고 싶어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얘들아,
우리 아침머꼬 학교 가자!”
글. 김유진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