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에도 그저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

조그만 체구에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짧게 자른 머리, 방긋 웃는 얼굴이 영락없이 명랑 만화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몇 마디만 나눠보면 금세 예상이 빗나갔다는 걸 알 수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티기 어려운 순간에도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변함없이 해나가는 것. 이것이힘든 순간을 견뎌내는 자신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중학교 2학년생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화가를 꿈꾸는 박한솔입니다. 앞으로 세상 사람들이 기쁨, 슬픔과 같은 내면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다섯 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한솔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빠가 즐겨 보는 TV 만화 영화를 옆에서 함께 보며 특히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아닌 다른 인물에게 온전히 감정을 몰입하며 보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림’이 ‘스토리’와 결합되었을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생각하는 한솔이는 애니메이션, 웹툰, 일러스트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이 좋아,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등록한 미술 학원

“제가 어렸을 때는 공부엔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에 남아서 ‘학력 증진반’ 활동을 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았어요.”

고민하던 한솔이는 그 길로 학교 앞에 있는 한 미술 학원을 들어갔다. 그러곤 원장님을 찾았고 곧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그 이후로 5년째 한솔이를 지도하고 있는 학원 원장님 역시 그날이 생생하다.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멘 조그만 꼬마 애가 혼자 찾아와서는 당당하게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림에 대한 한솔이의 열정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가끔은 걱정이 될 정도라고 이야기하는 원장님의 표정이 사뭇 심각했다.
“혼자서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쉬는 시간에도 연습장에 인물의 동작이나 표정을 그려보고 저한테 가져와요. 다른 친구들은 다 쉬거나 놀고 있는데…. 밤에도 일찍 안 자고 늦게까지 그림을 그려서 저한테 바로 보내기도 하고. 저는 한솔이가 좀 더 쉬기도 하고 놀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인데, 지치진 않을까 걱정이에요.”

인터뷰 사전에 한솔이가 미술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했었다. 한솔이가 학원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후회스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대중교통으로 학원에 오는 한솔이가 가방을 비롯해 양 어깨 가득 상장과 상패를 이고 지고 등장한 것이다. 수많은 상장은 한솔이의 노력을 보여주듯 감탄을 자아냈다.
“모든 시도와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성공하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굳이 그 끝이 성공일 필요는 없는 거니까. 계속 도전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미술을 할 것 같아요.”
꿈을 키워나가는 다른 월드비전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란 질문에 대한 한솔이의 대답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고작 중학교 2학년이 모든 노력이 성과 혹은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내왔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원장 선생님의 말처럼 한솔이는 모든 면에서 빠른 아이였고, 대견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각종 미술 대회에서 수상한 한솔이의 상장과 상패

각종 미술 대회에서 수상한 한솔이의 상장과 상패

인터뷰 중 완성한 한솔이의 수채화 작품

인터뷰 중 완성한 한솔이의 수채화 작품

월드비전이라는 새로운 세상

한솔이에게 월드비전은 어떤 존재인지 묻자 ‘새로운 세상’이라는 간결하면서도 확신에 찬 답변이 돌아온다. 월드비전을 만난 후 대학교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한솔이. 한솔이의 ‘새로운 세상’에는 친구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한솔이의 후원자님 역시 포함된다.

“후원자님께 제 일상을 편지로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고민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아요. 후원자님께 저는 잘 지내고 있고 요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자세하게 이야기하거든요.”
후원자님과 일상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한솔이. 어른으로서 조언을 하기보다 한솔이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편이라는 후원자님은 이미 한솔이의 든든한 친구이자 멘토이다.
“항상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저를 잊지 않고 챙겨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 수업을 앞두고 선생님과 함께 간식을 사러 나가는 한솔이의 얼굴은 세상 행복한 표정이었다.
“버블티 먹어도 돼요?”라고 물을 땐 그제야 한솔이가 제 나이 또래 여중생으로 느껴져 뒤에서 혼자 흐뭇해하기도 했다. 아직은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고르며 눈을 반짝일 나이. 지금도 충분히 멋진 한솔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꿈을 생각하며 묵묵히 나아가는 한솔이가 정말 대단하고 훌쩍 성숙했음이 느껴진단다.
일상에서 느끼는 일들에 대해 감사하며 행복을 느낄 줄 아는 한솔이가 앞으로도 멋지게 꿈을 이루어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 부쩍 기대돼.
한솔이가 꿈을 향해 노력하는 만큼 원하는 결실을 아름답게 맺어가길 언제나 응원할게!”
_월드비전 경기서부지역본부 김보현 팀장

 

 

글. 이누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 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