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 이나스. 두 사람과 함께 난민캠프를 걷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발짝을 땔 때 마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이들의 인사와 하이파이브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을 위한 아즈락 난민캠프가 생긴 이래, 아이들의 전쟁 같은 삶 속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 두 사람. 아이들이 겪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고, 아이들을 정당한 출발선으로 이끄는 두 어른을 만나보았다.
Q. 난민캠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두 분,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나스
난민캠프 아이들은 신호등을 몰라요. 세상에 코끼리나 돼지 같은 동물이 있다는 것도 모르죠.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까요. 난민캠프에서는 정착을 막기 위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씨앗을 심으면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순리도 가르치기 쉽지 않아요. 전쟁이 길어지면서 난민캠프에서 태어나 난민캠프에서만 자란 아이들도 있어요. 전쟁이 끝나고 이 아이들이 난민캠프를 떠나 세상으로 돌아가면, 과연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그랬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 꿈을 품은, 시리아 난민을 위한 아즈락 난민캠프의 유일한 유치원 ‘월드비전 유치원’ 원장 이나스입니다.
오다이
눈 앞에서 가족이 죽고 학교가 폭파되어 하루아침에 친구를 잃은 처참한 경험을 한 아이들. 이 아이들을 다시 웃게 하는 작은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축구공이죠! 안녕하세요. 아즈락 난민캠프 축구리그에서 당당히 1등 팀을 배출한 ‘월드비전 로열 FC’ 감독 겸 아동보호사업 담당 오다이입니다.
Q. 동물과 식물, 신호등을 모르는 아이를 상상도 못했어요. 이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치나요?
이나스
저는 유아교육을 전공해 일반 유치원에서 교사 생활을 했는데요. 난민캠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 있어요. 바로 난민캠프 밖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배움의 기회라는 거예요. 매일 건너는 신호등의 색깔, 울려 퍼지는 캐럴, 엄마의 심부름∙∙∙. 유치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생활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기초 교육이 되죠. 모든 것이 차단된 난민캠프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당연히 알고 있을법한 개념부터 찬찬히 가르쳐야 해요. 월드비전이 이곳에 첫 번째 유치원을 세운 후 아이들은 처음으로 작은 정원에서 씨앗을 심어 보았고, 악기를 연주했고, 바다와 물고기에 대해 알게 됐어요. 유아 시기에 배우는 너무도 당연한 이런 활동은 아이가 평생 살아갈 자산이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해요.
오다이
맞아요. 우리는 별 것 아닌 평범한 하루하루가 난민 아이들에게는 ‘빼앗긴 일상’이죠.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삭막한 난민캠프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초록색은 월드비전이 지은 이 축구장뿐이에요. 체육 선생님과 함께하는 축구, 농구, 달리기, 줄다리기 시간은 아이들이 난민이란 아픔을 잊고 아이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죠. 전쟁에 대한 기억으로 무기력, 우울증,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통해 호전된 사례도 많아요.
이나스, 오다이
힘이 있는 어른보다, 힘이 되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글.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배고은
사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윤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