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생’이라는데 지금부터라도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내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백살 살면 좋은 거야? 그 땐 무슨 재미로 사는 거야? 뭐 할 거는 있나?” 어라? 이건 예상 밖 반응입니다. 느닷없이 멈춰진 대화 이후 꽤 오래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 했습니다.
‘내가 지금 마흔 하고도.. (흠흠)
그러면 살아온 것 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많다는 건데
(백 살까지 산다고 치면)
어.떡.하.지?’
답이 찾아지지 않는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낳아 대책 없는 막막함이 가슴을 짓누를 즈음, ‘팔순’ 잔치를 열어 아프리카 학교 설립을 도왔다는 황동섭 후원자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사업을 하던 황동섭 할아버지. 그간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구호단체에 기부를 하곤 했지만, 정기적인 후원을 늘려간 건 칠순이 되어서라고 합니다. 월드비전과도 이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사는데 바빠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품어야겠다는 마음이 조급해 질 때였습니다.
동갑내기 아내와 백세시대 노후를 대비해 새는 돈은 없는지, 투자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할 법도 하지만 은퇴 이후 할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나눔’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70세부터 지금까지 10년 간 조금씩 늘려간 정기 후원금이 이제는 매달 18만원에 이릅니다.
아이들을 돕는 데는 후하디 후하지만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인색한(어쩌면 인색할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 팔순을 앞두고 자녀들은 잔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잔치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만…. 퍼뜩 즐거운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잔치 때 분명 자녀들과 손님들이
축하금을 줄 텐데,
그 돈을 구호단체에 보내야겠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팔순 잔치에서 받은 축하금 가운데 일부를 월드비전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 우무초 지역 학교 설립에 요긴하게 사용됐지요.
노년에 후원금을 늘리는 일도, 팔순 잔치에서 받은 여윳돈을 선뜻 내어놓은 일도 부담이 되는 게 당연할 텐데요. 할아버지의 마음은 고민하나 없이 산뜻합니다.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는 데 부담이 되다니요?
한국은 절대 기아를 벗어나 다행이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는
굶어 죽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동섭 할아버지가 팔순을 맞이한 덕에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는 튼튼한 학교가 생겼습니다. 할아버지의 삶이 이어질수록 아프리카에는 배 곯지 않는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시지 않는 아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날 것입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한국의 마흔을 넘긴 애매한 청년에게도 할아버지는 ‘잘 사는 법’을 이렇게 담백하게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대단하게 복잡한 세상을 사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마음을 맞닿아 가며
하루하루 ‘함께’ 살아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글 윤지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월드비전글로벌센터, 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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