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거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니까요.”
마주하게 될 매 순간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맞이했던 빨간 머리 앤.
일 년 사이 밝은 햇살같이 성장한 일곱 살 유진이를 보며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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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말하기도 자신 있어요!
보통 아이보다 10배 빠르게 생기는 각질, 발뒤꿈치처럼 갈라지는 피부, 치료법이 전무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인 난치병 ‘선천성 어린선’을 앓고 있는 유진이.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전국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더해졌다. “유진아 안녕?”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수줍음에 어머니 뒤로 숨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유진아~ 반가워!” 목소리를 높여 한 번 더 인사하자 슬며시 미소를 띠며 오른손을 수줍게 흔든다. 마냥 순수한 일곱 살 어린아이다. 일 년 새 한 뼘이 자란 유진이의 키처럼 유진이의 가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청력이 좋지 않아 또래보다 언어가 뒤처졌던 유진이는 일주일에 세 번 언어 치료를 받고 있다. “엄마가 사과를 아기에게 줬어요.” “아기가 풍선을 가지고 놀아요.” 지난번엔 의사소통이 어려웠는데, 언어 치료 선생님에 따르면 교육 후 언어 수준이 50% 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치료비와 아이들 양육비 걱정이 사라진 어머니도 작년보다 밝은 얼굴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어머니와 함께 노래하는 유진이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사랑이 넘쳐 흐르는 유진이
온몸에 수시로 약을 바르고, 행여 상처가 날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 따갑고 시린 치료에도 유진이는 힘든 내색 없이 밝은 미소를 건넨다. “엄마 뽀뽀~” “엄마 사랑해”란 말로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음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유진이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받은 사랑이 많기에 유진이에게 사랑이 넘쳐 흐르는 거겠지. “유진이가 밝으니까 저도 힘을 내요.” 어머니는 오늘도 유진이를 보며 행복을 그리신다.
갑자기 유진이가 보기에도 소중해 보이는 분홍색 가방을 펼쳐 보인다. 가방 속에 가득한 장난감과 함께 유독 눈에 띄는 수박 모양의 지갑. 지갑에는 동전이 그득하다. 유진이가 간지러워도 몸을 긁지 않고 참을 때마다 어머니가 선물로 준 동전들이다. “우와 이게 뭐야? 유진이 부자네~” 관심을 보이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소중한 보물을 숨긴다. 개구쟁이 같은 유진이의 모습에 안도의 마음과 동시에 앞으로도 밝은 모습이 유지되길 바라는 걱정이 앞선다. 유진이가 성장할수록 세상의 장벽 또한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마음의 눈을 맞닿아 본다면 유진이가 마주할 장애물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유진이구나~ 힘내 유진아!”
후원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주위의 시선이다. “예전에는 밖에 나가면 주위 시선이 굉장히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나가면 먼저 알아봐주시고, 응원을 건네주시곤 해요. 얼마 전에는 TV에서 봤다며 유진이에게 힘내라 응원해주시는 거예요. 그런 말들이 저희에겐 아주 큰 힘이 돼요.” 궁금증이 가득한 시선이 아니라 따스한 격려가 유진이 가정엔 희망과 용기가 된다.
유치원에 가야 할 나이가 지났지만 선생님이 부족해서, 정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유진이의 입학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유진이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지자 유진이는 어머니의 소원이던 유치원에 다니게 됐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신나는 일로 가득한 유진이. 힘든 치료에도, 버거울 수 있는 주위의 시선에도 언제나 햇살 같은 유진이를 보며 희망의 새싹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느낀다.
글 김보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 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