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 유럽을 돕는다고요? 부유한 대륙, 가난한 국가 알바니아

알바니아 지도와 국기
이런 국기를 본 적 있나요? 지도를 자세히 보면 조금 감이 올 수도 있을 텐데…. 눈치채셨나요? 바로 ‘알바니아’라는 나라의 국기예요. 한 번쯤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는 아니에요. 일단 간단하게 알바니아의 위치부터 짚어볼까요? 알바니아는 유럽의 남동쪽에 있어요. 남쪽으로 그리스, 북쪽으로 몬테네그로와 코소보 사이에 끼어 있지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알바니아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해요. 테레사 수녀님이 태어난 나라, 할리우드 액션 영화 속 마피아의 나라, 코소보 비극이 있었던 나라, 부유한 대륙 속 가난한 국가, 알바니아로 떠나볼까요?

 



‘코소보’가 남긴 상처를 보듬기 위해 찾아온
월드비전

알바니아는 1990년, 2차 세계 대전부터 40년간 이어진 공산주의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의 길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적 갈등과 높은 실업률로 유럽 최빈국으로 남아 있어요. 또 알바니아에는 ‘코소보’라는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해요. 알바니아가 민주주의의 길을 선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9년, 알바니아와 세르비아 사이에 있는 코소보에서 내전이 일어났어요. 코소보에 있던 알바니아 사람들이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며 시작된 내전은 세르비아 사람들이 알바니아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끔찍한 인종 청소로 이어졌어요. 당시 코소보 인구 210만 명 가운데 1만 명 정도가 사망하고, 9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발생한 큰 사건이었어요. 월드비전이 알바니아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건, 바로 코소보 사태로 인해 알바니아로 도망쳐 온 난민들을 돕기 위해서였어요.

산지가 많은 리브라즈드 풍경

산지가 많은 리브라즈드 풍경

월드비전이 알바니아의 시골 마을
리브라즈드로 향한 이유!

20여 년이 흐른 지금, 알바니아 아동 세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최저 생계 수준에 못 미치는 환경에서 살고 있어요. 특히 시골 지역 빈곤율은 도시보다 66%나 높고, 실업률은 30%에 달해요. 월드비전이 2006년 활동을 시작한 리브라즈드 지역 역시 주민의 84%가 농사일을 하는 시골 마을이에요. 하지만 산지가 대부분이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많지 않고 시장으로 가서 생산한 농작물을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곳이죠. 그나마 주민들의 수입원이던 탄광과 담배 공장이 2000년 초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점점 어려워지는 고향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가장이 많아지면서, 남겨진 아이들과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여러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는 월드비전은 알바니아에서도 바로 이곳, 리브라즈드로 향했어요.

(왼쪽)월드비전과 지역 정부가 매년 개최하는 꿀 축제 모습, (오른쪽)양봉 기술을 청년에게 가르쳐주는 마히예 할머니

(왼쪽)월드비전과 지역 정부가 매년 개최하는 꿀 축제 모습, (오른쪽)양봉 기술을 청년에게 가르쳐주는 마히예 할머니

곰돌이 푸도 반한 리브라즈드의 벌꿀,
주민들의 희망이 되다

리브라즈드는 산이 많아 경치는 아름답지만 그만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도 적기 때문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어려움이 많아요. 월평균 수입이 150~180달러밖에 되지 않을 정도죠. 월드비전이 이 지역에서 무엇보다 소득증대사업에 힘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후원아동 가정을 중심으로 가정마다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농업 교육과 지원을 하고 있어요. 특히 7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소득증대사업에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해요.

다양한 소득증대사업 중 4년 전 시작한 양봉사업은 효과가 커서 지역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리브라즈드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있어 향 좋고 맛도 좋은 꿀을 생산하기에 딱 맞는 조건을 갖고 있어요.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 후원자님들의 나눔으로 리브라즈드의 양봉사업은 조직적이고 규모 있게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리브라즈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꿀은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그중 밤나무 꿀과 소나무 꿀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해요. 최근에는 꿀이 소염, 항균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꿀 소비도 늘어나고 있어요. 월드비전과 지역 정부는 지역적 특성과 몸에 좋은 꿀의 가치를 십분 활용해서 매년 리브라즈드 꿀 축제를 개최하고 있어요. 올해는 지역 정부에서 꿀 축제에 예년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대표 지역 축제로 키워가고 있답니다.


인생의 단맛을 알게 된 마히예 할머니

마히예 할머니(58세)는 리브라즈드에서 양봉왕으로 유명해요. 2019년 청소년을 포함해 36가정이 참여한 월드비전 양봉사업에서도 마히예 할머니는 누구보다 열정이 넘쳐요. 마히예 할머니는 몇 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아들 부부와 두 손녀 파비아나(10세), 아델라(7세)와 함께 살고 있어요. 리브라즈드의 대부분 가장처럼 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그리스로 떠났어요. 마히예 할머니는 남편이 하던 양봉사업을 옆에서 도우며 익힌 기억을 더듬어 며느리, 손녀들과 함께 양봉사업을 시작했어요. 물론 마히예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월드비전이 양봉에 필요한 기초 장비를 지원했고, 양봉 관리 교육도 진행해서 보다 효율적인 양봉사업을 도왔어요. 벌집통 1개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 벌집통이 8개가 되었답니다. 마히예 할머니는 이웃에 사는 청소년들에게도 시간이 날 때마다 벌집을 관리하고 꿀을 재배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손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양봉을 하면서 인생의 단맛을 알게 되었죠.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 기쁨을 알려주고, 함께 누리고 싶어요. 제가 가진 짧은 지식과 기술도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가서 알려주고 싶어요!” – 마히예 할머니

벌꿀을 사랑하는 소녀 요안나(왼쪽)와 월드비전 양일선 이사, (오른쪽)벌꿀 축제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민들이 만든 벌꿀

벌꿀을 사랑하는 소녀 요안나(왼쪽)와 월드비전 양일선 이사, (오른쪽)벌꿀 축제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민들이 만든 벌꿀

 17세 요안나의 꿀 떨어지는 사랑

올해 17세가 된 요안나는 매일 아침 벌꿀 생각에 알람도 없이 눈을 떠요. 곧 학교를 졸업하고 진로 고민이 한창일 나이지만, 요안나는 걱정이 없어요. 주변의 권유로 양봉을 배웠지만 그녀는 어느새 진심으로 꿀벌들을 사랑하게 됐답니다. 이렇게 꿀벌과 사랑에 빠진 요안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벌집으로 달려가 꿀벌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양봉 기술을 배우면서 벌들에게 쏘여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벌들은 제 꿈이에요. 벌들이 없었으면 저는 어떤 미래를 꿈꿨을지 모르겠어요.” – 요안나

알바니아 양봉협회로부터 월드비전 양봉사업을 통해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꿀의 맛과 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인정을 받은 리브라즈드 양봉사업은 올해 큰 목표를 갖고 있어요. 우선 주민들이 생산한 꿀을 예쁜 병에 담아 포장하고 브랜드 작업을 거쳐 상품 가치를 높이는 거예요. 또 유럽연합의 품질 인증을 받아 유럽 내 다른 나라들로 수출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유럽연합 품질 인증에 필요한 제품 검사를 준비 중에 있어요. 유럽연합의 인증을 받게 되면 1kg당 지금 가격의 최대 1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답니다.

 

 Best Friendship Forever!

이름도 생소한 알바니아의 리브라즈드는 한국 후원자님들이 2008년부터 후원해온 지역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양봉을 통한 소득증대사업 외에도 청소년 대상 역량강화사업, 아동보호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12년간 진행해오고 있어요. 그동안 월드비전과 주민들이 함께 만든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019년 6월, 한국월드비전 양호승 회장과 월드비전 이사회가 함께 리브라즈드를 방문했어요. 2022년 자립을 앞둔 리브라즈드에 머무르며 방문단은 알찬 변화의 열매들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한국 후원자님들을 통해 리브라즈드에 일어난 달콤한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글. 백진 지역개발팀
사진.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