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동생과 떨어져 몸이 아픈 할머니와 살아야만 했던 세호. 먼 도시에서 일하는 엄마와 보육원에 맡겨진 동생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가슴에다가 독침을 1초에 9번 찌르는 느낌이에요.”

세호의 안타까운 사연에 따뜻한 손길들이 모여 보육원에 갔던 동생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약 반년이 지나 폭염이 계속되던 8월의 어느 날, 세호네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동생이랑 같이 사는 게 좋아요

2명이 반겨주던 지난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엔 3명이 반겨주었습니다. 새로운 한 명은 보육원에 있던 세호(가명)의 동생 여덟 살 세희(가명).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두 아이를 양육할 수 없었던 할머니는 어린 세희를 보육원에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분이 보내준 도움의 손길 덕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세희는 특유의 짓궂은 모습으로 환영해주었습니다.

“옛날에는 한 달에 한 번 보육원에 가야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둘이 헤어질 때면 어찌나 우는지…. 그런데 이제는 같이 사니까 좋은가 봐요. 집에서는 둘이 매일 투닥투닥해도 밖에 나가면 세호가 세희를 끔찍이 챙긴다니까요.”

엄마를 한 번 보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보러 가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방학을 맞이해서 엄마를 보고 왔다는 세호. 아직 엄마랑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엄마를 볼 수 있는 것도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신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쉬지 않고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 남매

쉬지 않고 장난을 치는 개구쟁이 남매

이사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날짜가 왜 이렇게 안 가요

9월 초, 세호의 가족은 겨울마다 살이 아리도록 춥던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예정입니다. 이사 갈 집에 대해 물어보자 세호와 세희는 벌써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했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할머니도 시간이 너무 안 간다며 새집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서 가장 좋은 건 세호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거예요. 세호가 공부도 잘하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는데 그것을 지원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했거든요. 근데 이제 월드비전을 통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세호를 위해 공부방도 만들어주고, 컴퓨터도 사줄 수 있어요. 세호가 공부만큼은 마음 놓고 원 없이 했으면 좋겠네요. 또 좋은 점은 세호 또래의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는 거예요. 지금 이 동네에는 나이든 분들밖에 없거든요. 앞으로는 세호와 세희가 또래 친구들과 동네에서 뛰어놀 수도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빨리 이사 날짜가 왔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간대요.”

 

제 꿈은 판사예요

꿈이 판사인 세호는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저번에 나간 주산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모두 할머니께 드릴 거라며 자랑도 합니다.

이에 질세라 세희도 꿈이 다섯 개나 있다며 자랑합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아동센터에도 제가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공부를 할수록 알아야 할 게 많아지거든요. 모르는 게 있으면 알 때까지 선생님께 물어봐요.”

오빠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돼 매일이 행복하다는 세희

오빠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돼 매일이 행복하다는 세희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옛날에는 안 주고 안 받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도움을 받고 보니 적은 돈이라도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베풀면서 살라고 가르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신다는 게 너무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말로 전할 수밖에 없지만, 저도 작은 거라도 베풀면서 살겠습니다. 정말 애들 반듯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말로 전할 수밖에 없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후원자님들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세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글. 김혜령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유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