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들의 괴롭힘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만 버티어 보자 꾹 참아도 내일이 되면 어제보다 더한 폭력이 기다릴 뿐이었다. 14살 타비스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끔찍한 현실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어른들은 티비스에게 결혼이나 하라고 성화였다. 마을에서 이런 일은(그러니까 십대 소녀가 결혼을 하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라 했다. 하루하루가 절망뿐이던 티비스는 어른들 말에 솔깃했다. 결국, 그녀는 14살이 가기 전 결혼식을 올렸다. 티비스 앞에 펼쳐질 생이 얼마나 어둡고 슬플지 짐작하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그 누구도 그녀의 삶엔 관심이 없었다. 그녀 자신조차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되었다. 산다는 건 지겨운 일이었고 웃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 나지 않았다.
“결혼하고 얼마 안되 임신을 했어요. 또 얼마 안가 유산을 했고요. 저와 아이에게 관심 없던 남편은 유산 소식에도 슬픈 기색이 없었죠. 저를 돌봐주었느냐고요? … 그럴 사람이 아니었어요. 보다 못한 친정 엄마가 집으로 다시 저를 데려갔어요.”
지금 티비스는 17살. 불과 3년 전에 겪은 일을 묻는 것이 미안했다. 첫 인사를 나누며 대답하기 싫은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당부했지만 티비스는 모든 질문에 빠트림 없이 설명했다.
유산을 한 후 창피해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살았다는 티비스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아픈 기억을 들춰서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 이야기를 꼭 알려주세요. 조혼이 얼마나 나쁜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알려야 해요. 그래서 이 나쁜 악습을 몰아내야 해요.”
티비스의 눈과 말에 힘이 실린다.
집에만 갇혀 살던 티비스를 세상 밖으로 꺼낸 건 월드비전이 *CVA 멤버들이었다. 몇 번의 만남을 거절한 티비스를 그들은 지치지 않고 찾아왔다.
*CVA: Citizen Voice and Action : 마을과 정책을 변화시키는 주민 모임
“학교로 돌아가야 해요. 티비스. 학교에서 공부를 더 하고 친구도 만나면 앞으로의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끈질긴 설득 끝에 티비스는 용기를 냈다. 막상 닥쳐보니 겁냈던 것보다 학교 생활은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았다. 친구들은 상처 입은 티비스를 안아주었고, 고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월드비전 CVA 멤버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티비스의 상처엔 서서히 새살이 돋았다.
“학교로 돌아와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의 중요함을 배웠어요. 또 월드비전 멤버들의 격려덕분에 현재와 미래를 훼방하는 나쁜 일들은 잊었어요. 저는 바로 지금, 내 모습에 집중하려고 해요.”
과거를 딛고 지금을 의연히 살아가는 티비스는 월드비전과 후원자,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큰 시련 속에 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싶다. 또, 작은 외침이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다른 이들의 관심 속에 멀리 퍼져나가 조혼이라는 악습이 존재하지 않을 날을 기다린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런 위로와 용기라니, 세상은 참 따듯하다.
글과 사진. 윤지영 후원동행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