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을 하면서 두 아이 끼니를 제 때 챙기는 건 너무 어렵죠.
아이들 밥 때는 다 되어 가는 데 멀리가시는 손님이 타기라도 하면 마음이 철렁 하지만 또 돈도 벌어야 하니까 안 모실 수도 없잖아요.
사랑의 도시락은 동동거리던 아빠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어요.”
왜 어려운 일은 한번에 몰려오는 지..
다부진 눈매로 조근조근 지난 날을 이야기 하는 오상택 봉사자. 이제는 공군으로, 요리사로 잘 커 준 두 아이들이 든든하지만 이렇게 키워내기까지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리고 결코 아빠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봉사자님은 사업을 하다 실패했고 가정은 크게 흔들렸다. 여러 어려움들이 겹치며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었고 두 아이들은 아빠와 남았다. 아빠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시간 운전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빠는 다리에 마비가 오며 운행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을 먹이기도 힘에 부치는 시절이었다. 형편은 나아질 기미는커녕 점점 안 좋아지기만 했고 아빠는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월드비전 사랑의도시락이 찾아와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오상택 봉사자의 가정이 이렇게 위태로울 때 월드비전을 만나게 되었다. 봉사자 가정의 어려운 사정을 월드비전이 알게 되었고, 두 아이가 하루에 한 번 사랑의도시락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지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가 벌써 2004년. 큰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작은 애가 2학년 무렵이다. 아이들 끼니 걱정 없이 택시 운행을 할 수 있게 된 봉사자님은 아이들이 건강 걱정과 부모로써 기본도 해 주지 못하는 듯 한 미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마음에 담아만 둘 수 없어 택시 일을 하다 짬이 날 때마다 봉사할 것을 찾아 월드비전 복지관을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시간이 맞으면 주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이었다. 고된 노동에 봉사까지 힘들 지 않을 수 없지만 아빠의 발걸음과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도움을 받았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요?”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아빠는 정식 봉사자가 되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도시락 지원은 이어졌고, 영양 만점 도시락을 먹으며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 첫째는 공군이, 둘째를 요리사로 제 몫을 해나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빠는 2014년부터 정기적인 날짜를 정해서 사랑의도시락을 배달하는 정식 봉사자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지금은 건물 경비 일을 하는 오상택 봉사자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월드비전 사랑의도시락나눔의 집을 찾는다. 그리고 두어 시간 남짓 13가정에 26개 도시락을 배달한다. 오래 살던 동네라 길이 익숙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머쓱해 하셨지만, 고된 경비 일을 마치고 다시 고갯길을 찾아가며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을 거다.
“지금까지 이야기해 드린 것처럼 우리 가정이 월드비전에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요. 그에 보답 드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봉사를 하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어요.”
도시락이 처음 배달되던 날을 잊지 못해요.
어려운 형편에서 아이들을 키웠지만 아빠는 아이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정직’과 ‘감사’를 가르쳤다.
“처음 파란색 사랑의 도시락이 두 개 배달되어 왔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반찬도 실하고 밥도 넉넉하고요. 한창 자라는 두 사내 아이가 먹기에 모자람이 없었죠. 그 때 이 도시락을 준비했을 여러분들이 떠올랐어요. 식단을 짜시는 분, 조리를 직접 하시는 분, 또 배달을 하시는 분… 그리고 이런 사업을 위해 후원을 하시는 분. 참 어렵고 힘든 일인데 그 모든 분들의 사랑이 이 내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는 구나 생각하니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정직하게만 살면 그 삶은 부끄럽지 않는 거다.’라는 아빠의 가르침을 꼭 닮은 두 아들은 올곧고 바르게 자랐다.
아이들은 이제 다 자라 사랑의 도시락을 더 이상 먹지 않지만, 아빠는 매주 금요일이면 양손 묵직하게 도시락을 들고 배달 봉사를 나선다. 이 길이 옳은 길이기에 멈출 수 없다 하는 봉사자님의 얼굴엔 햇살 닮은 따뜻한 웃음이 가득 이다. 그래, 달리 사랑의 도시락이겠는가.
글과 사진. 윤지영 후원동행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