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전 세계인을 충격에 몰아넣은 3살배기 쿠루디의 사진 한 장.
그로부터 1년. 피범벅인 얼굴로 울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5살 옴란의 사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시리아 난민의 처참한 삶을 보았습니다.
중동의 작은 섬나라 레바논. 시리아와 근접해 있어 주민의 4/1 이상이 시리아 난민입니다. 모든 것을 잃고 도망쳐온 난민들에겐 먹을 것, 머물 곳 하나 없죠. 쿠르디, 옴란과 같은 어린아이들은 전쟁의 상처와 충격을 고스란히 안은 채 방치되어있습니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시리아 난민 아동은 3백만 명에 달하죠.
“시리아 난민 아동을 위한
아동심리지원센터(Child-Friendly Space)”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긴급구호 사태를 겪은 아동들을 위해, 월드비전은 긴급구호지역에서 아동심리지원센터(CFS)을 운영합니다. 여기 레바논에서도 말이죠. 식량, 구호물자 배분뿐만 아니라 레크레이션, 언어 교육 등의 체계적 아동 프로그램들이 운영됩니다.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점은 아동의 심리 치료입니다.
눈앞에서 폭탄이 터지고, 가족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본 난민 아동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습니다. “심리적 후유증으로 불안과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관리하며 안정을 찾도록 도와줘야 해요.” 월드비전 CFS의 심리지원 전문가 Alison은 말합니다.
“오늘 기분은 어때?”
“좋아요! 친구들과 함께 있어 행복해요.” “저는 슬퍼요. 오늘 시리아에 대한 나쁜 소식을 들었거든요.” 아이들은 저마다 표정 카드를 손에 들고 이야기합니다. 감정을 건강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죠. 또한, 그림 그리기, 율동 등을 하며 친구들과 유대감을 쌓고 직원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CFS에 나오기까지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CFS 매니저 Bassima씨도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죠. “많은 부모님께서 우리 아이는 이렇게 놀 시간이 없다고 하세요. 일터에서 감자라도 캐며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고요. 실제로 일하느라 결석하는 아동들이 많았었죠.
그러나 부모님들도 막상 CFS에 한번 와보시면 ‘아이들이 어찌나 행복해하는지, 이곳에 계속 보내겠다’고 하세요.” 센터 가득히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노래와 웃음소리 때문일까요? CFS에서 만큼은 시리아 아이들도 난민이나 분쟁피해자가 아닌 평범한 아이들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난민으로서의 삶”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지도 벌써 5년. 난민을 둘러싼 국가 간의 대립과 의견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상황 앞에서도 우리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상처와 아픔을 딛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고향에 돌아가는 날을 꿈꿔봅니다.
글. 김유진 디지털마케팅팀
사진. 월드비전 글로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