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에세이] 형, 내가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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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백상우입니다. 저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들 것 같은 여행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한국과는 멀리 떨어진 곳, 모잠비크에서 살고 있는 저의 유일한 형, 루카를 만나러 간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후원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TV에서 제 또래 아이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후원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후원에 관심을 꽤 많이 가졌고, 루카 형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학업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생활이 바빠지다 보니 형을 만나겠다는 의지도, 후원에 대한 관심도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렇게 루카 형에 대한 생각을 잊은 채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제 할 일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어느 날, 왜 그랬는지 루카 형의 사진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그 순간 이전에 간절하던 바람이 다시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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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모잠비크에 갈 수 있는 짬을 내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서 아빠와 함께 모잠비크 방문 계획을 세웠습니다. 드디어 2016년 여름방학에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국립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접종도 받았습니다.

정말 형을 만나러 간다니 믿기지 않는 사실에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형을 만나는 일은 쉽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회사 일정이 생겨서 방문이 취소된 것입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2017년 1월,
마침내 저는 아빠와 함께 루카 형이 살고 있는 모잠비크로 향했습니다.

모잠비크는 아프리카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과 많이 달랐습니다.
빽빽한 밀림과 초원의 야생동물을 상상했으나 루카 형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보이는 것은 대부분 옥수수밭이었습니다. 날씨가 꽤 더웠는데도 모잠비크 사람들은 땡볕 아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으며, 월드비전 직원분들은 저희를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분들의 모습은 제가 공부하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더군.

모잠비크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현지 학교를 방문했던 시간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노래하면서 반겨주는 모습이 신기하고 고마웠습니다. 또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축구를 했는데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체구도 작았지만 발도 빠르고 당차서 제가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기대하고 보고 싶었던 루카 형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루카 형의 마을에 도착하자 주민분들은 먼 나라에서 온 아빠와 저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루카 형과의 첫 만남은 사실 조금 어색했습니다. 루카 형은 농사가 재미있어서 나중에 꼭 큰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덥고 척박한 땅에서 농사짓는 일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지만, 형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는 그를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아, 처음에 조금 어색하던 분위기는 세계 공용어 중 하나인 축구가 해결해주었습니다.

형과 신나게 땀 흘리며 축구를 하고 나자 그렇게 편하고 친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을 떠나기 전,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고민한 끝에 아빠가 준비한 농기구를 전달하자 주민과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뻐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한판 춤을 추었습니다.
흥겨운 분위기에 저도 덩달아 신났습니다.

이것이 제게 굉장히 특별한 모잠비크 여행 이야기랍니다. 비록 모잠비크에 머무른 시간은 짧았지만 제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두고두고 꺼내볼 것입니다. 모잠비크에 가기 전까지는 일방적으로 후원하는, 무언가 수직적인 관계처럼 느껴져 괜히 불편하고 미안했는데, 형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어울려 축구도 하고 나니 그런 마음이 해소되고 뿌듯함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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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색하던 분위기를 날려준 축구시합. 루카 형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 저는 신나게 축구를 하며 금세 친해졌습니다.

조금 어색하던 분위기를 날려준 축구시합. 루카 형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 저는 신나게 축구를 하며 금세 친해졌습니다.

마을 어린이와 주민들은 먼 나라에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마을 어린이와 주민들은 먼 나라에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나의 형 루카, 아버지와 함께 찰칵!

나의 형 루카, 아버지와 함께 찰칵!

저는 작은 나눔을 하면서 형이 생겼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형, 친구 또는 동생을 사귈 수 있을 것입니다.
조그마한 나눔을 통해서 말이죠!

글. 백상우 후원자
일러스트. 나요
사진. 백인주, 백상우 후원자,
모잠비크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