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우간다,남수단 분쟁피해아동

분쟁.

남녀의 분쟁, 상사와의 분쟁, 이념의 분쟁, 세대 간 분쟁, 이웃·민족 간 분쟁. 우리는 누구나 매일 크고 작은 분쟁을 겪는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 모든 형태의 분쟁이 농도 짙게 응축된 곳,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정착촌의 이야기다. 어른들의 분쟁으로 경계에 선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그 경계의 틈을 뚫고 피어나는 진행형 희망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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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내전을 피해 우간다로 탈출한 남수단 난민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수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난민 유입 사태로, 우간다 북부는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정착촌이 되었다. 매일 100명의 아이들이 총격을 피해 홀로 국경을 넘는다. 그렇게 덩그러니 세상의 경계로 내몰린 아이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울 이 아이들의 발걸음에 월드비전이 함께한다.

 

 

난민이 된 지 7일
하얀팔찌를 찬 세 친구

꼬박 일주일을 걸었다는 세 소년. 남수단-우간다 국경의 난민등록처에서 피타 아룰레(14), 존 세빗(13), 산토 이사(17)를 만났다. 셋은 날 때부터 이웃집에 살던 동네 친구라고 했다.

피타 아룰레(14), 존 세빗(13), 산토 이사(17).

피타 아룰레(14), 존 세빗(13), 산토 이사(17).

“아이, 어른, 임산부, 누구나 반군의 목표물이에요.집에 무장한 군인들이 쳐들어와 가족을….”
고개를 떨구며 말끝을 흐리는 아이에게,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더 묻지 않았다. 살아남은 세 소년은 서로를 의지하며 우간다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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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등록 심사 후 세 친구의 팔목에 하얀팔찌가 둘러졌다. 보호자 없이 홀로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표시다.

보호자 없는 난민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하얀팔찌.

보호자 없는 난민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하얀팔찌.

난민등록을 마친 아이들은 임시 거처로 옮겨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품을 배급받았다. 이 모든 과정에 월드비전 아동보호 담당 직원 모세가 함께했다. 구호물자 배급에서 하얀팔찌를 찬 아이들이 배제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14,000 명
매월 월드비전을 통해 따뜻한 식사를 제공받는 남수단 난민 수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성폭행이나 폭력 등을 겪었는지 파악하고 기록해요. 이 문서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적절한 심리·사회적 조치를 받고, 입양 가족을 만나거나 흩어졌던 가족을 찾기도 합니다.”

아동보호 담당 직원 모세가 말했다. “왜 이 일을 하냐고요? 폭력을 경험한 아동은 아동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동이니까요.”

“우리 셋이 떨어지지 않는 것. 그게 지금 꿈이에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어른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세 친구의 소박한 소원이다.

월드비전 직원의 보호를 받으며 모기장, 비누 등 구호물자를 지급받는 피타, 존, 산토.

월드비전 직원의 보호를 받으며 모기장, 비누 등 구호물자를 지급받는 피타, 존, 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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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된 지 6개월
아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법

폭력을 겪거나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난민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이다. 월드비전은 아이들이 공부하고, 웃고, 뛰노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아동심리보호센터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놀이·미술·음악·연극을 통한 심리치료, 학습지도, 사례관리 등의 혜택을 받는다.

“총소리, 폭탄 소리가 없어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슬픔이 아물어가요.”
“가장 좋은 건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거요!”

아동심리보호센터 운동장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

아동심리보호센터 운동장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

삭막한 난민촌, 유일하게 ‘정상적인’ 건물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든다. 그렇게 매일 웃음이 쌓이는 동안, 아이들의 깊은 상처도 아물어가고 있다.

50,225명
아동심리보호센터, 평화클럽, 사례관리 진행
평화클럽에서 평화에 대한 시를 발표하는 아이들 .

평화클럽에서 평화에 대한 시를 발표하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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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된지 1년
비즈처럼 빛나고픈 소녀 – 로스만데

9월이면 난민 정착촌에 온 지 꼭 1년. 로스만데는 남수단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들과 우간다에 정착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을 차려놓고 맞아주던 엄마가 없다는 현실이 슬픈 앳된 소녀. 낯선 땅에서 자신의 미래를 꾸리기도 벅찬 나이지만, 얼마 전부터 월드비전 비즈공예 직업훈련에 참여해 동생들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비즈공예를 배우는 로스만데.

비즈공예를 배우는 로스만데.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기술을 배우게 되어 다행이에요. 열심히 배워서 크래프트(액세서리) 가게를 열고 싶어요. 제가 만든 비즈공예품이 인기가 많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도 제 꿈을 응원하시겠죠?”

15개
청소년 그룹에 창업지원 물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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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그 후
난민과 주민 7:3 공존의 법칙

식민 열강이 그린 아프리카 대륙의 반듯한 국경은 종족 간 갈등인 내전의 불씨가 됐다. 우간다 역시 내전으로 난민이 발생했고, 현재 대통령도 난민 출신일 만큼 난민문제를 겪어낸 역사가 깊다. 그래서인지 우간다는 난민을 향한 정책과 의식이 관대하다.

UN은 ‘난민과 주민의 공존’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우간다 정부와 월드비전은 ‘7:3의 법칙’으로 불리는 Rehope*를 실행하고 있다. 바로 난민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난민이 7의 혜택을, 우간다 주민이 3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난민을 위한 월드비전 아동심리보호센터 등록아동의 30%는 우간다 출신이다. 식수대 같은 부대시설 역시 지역주민과 공유한다. 조리사, 교사 등 지역주민 고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난민을 ‘문제’만이 아닌, ‘자원’으로 보는 공존의 접근이다.

*Rehope : Refugee Host Community Empowerment (난민과 주민의 역량강화)

전쟁의 경계에서 정착, 자립, 공존까지.
월드비전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들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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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난민 아이반과 우간다 주민 다니엘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가장 친한 친구다.

 

우간다 북부 남수단 난민
긴급구호 현황

 

우간다 북부 월드비전 활동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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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따뜻한 식사, 건조 배급식량, 고열량 비스킷, 식량·현금 지원, 생계 지원
식수위생
위생 증진, 급수원 건설·재건
아동보호
아동심리보호센터, 유아교육, 평화 증진, 무보호 아동 지원
비식량물자(Non-Food Item)
난민 대상 주요 구호물자 배부

 

주간별 지원 현황

300,000 명
식량 5000톤 지급
30,000 명
29개 아동심리보호센터 아동보호사업 진행
20,000 명
비식량물자 지급
5,000 명
생계지원사업 진행
15,000 명
식수위생시설 지원

 

2018년 6월까지 필요한 지원금액

7,300,000 $

 


글.
 배고은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 Theodore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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