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나눠주러 갔는데,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마음속 깊숙이 품어왔던 꿈

“해외에 5개 정도 학교를 세우는 꿈을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나중에 크면 기부나 사회공헌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어렴풋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김동식(56세) 씨의 말에, 아내 신현란(53세) 씨가 살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내 신 씨는 “남편이 처음 1 억 원을 기부하겠다 했을 때 ‘우리가 무슨 여유가 있느냐’며 반대했는데, ‘당신이 말리면 안 할게’라는 고단수 설득에 결국 넘어갔다”며 웃었다.

결혼 28년 차 부부인 이들은 지난해 9월, 딸 김연진(22세) 씨와 함께 잠비아월드비전 룽가 지역개발 사업장 카니코치 학교를 방문했다.

김동식, 신현란 후원자

김동식, 신현란 후원자

카니코치 학교는 2012년 김 씨 부부가 1억 원을 기부해 지은 학교다. 단층 건물로 지어진 교실과 화장실, 선생님 숙소까지, 사진으로만 보던 그곳 현장에서 공부하는 190명의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1년 만에 완공할 계획이었는데, 3년 걸렸어요. 우기도 많고, 중간에 공사를 시행하는 업체가 도망을 갔어요. ‘가난한 나라에선 학교 하나 제대로 짓는 것도 어렵구나!’ 싶었죠.”201707_story_zambia_02
월드비전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다른 학교를 하나 더 지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원자로서 직접 현장을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쉽지 않은 아프리카행을 결정했다. 부부는 2주 동안 꼬박 200명분의 선물을 포장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나중에는 일손이 모자라 장인·장모님까지 와서 온 식구가 선물 포장에 매달릴 정도였다.

 

잠비아에서 배운 삶의 가치

이틀 걸려 도착한 아프리카. 거기서도 꼬불꼬불한 도로를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잠비아 룽가 지역. 이들이 탄 차량이 학교 근처에 도착하자, 엄청난 장구 소리와 북소리가 들려왔다.

“전교생이 모두 나와서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주더라고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남편을 데리고 가서, 헹가래를 쳐줬어요.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김동식 씨는 ‘오길 잘했구나’ 싶었다고 한다. 김 씨는 “선생님 화장실과 학생들 화장실이 따로 있는데, 190명 학생들이 쓰기에 푸세식 화장실 건물 하나로는 너무 부족하다”며 열악한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씨가 잠비아에서 발견한 또 한 가지는 ‘삶의 가치’였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잖아요. 잠비아에선 가난해도 해맑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행복의 가치가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되더라고요. 나눠주러 갔는데, 제가 오히려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201707_story_zambia_03

이들 가족은 해외아동 3명을 후원 중이기도 하다. 마침 방문기간을 이용, 잠비아 충고 지역개발 사업장에 있는 후원아동 ‘하칼리마’의 가정을 방문했다. 염소가 현지 가정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아동 가정과 마을에서 특별히 어려운 가정에 염소를 선물하기도 했다. 부부는 “귀한 손님을 위해 내놓은 ‘시마(옥수수가루를 끓여 만든 죽)’ 위엔 지푸라기가 둥둥 떠 있었다”며 그날이 기억나는 듯 빙긋 웃었다. 특히 김 씨의 딸은 말도 통하지 않는 하칼리마의 손을 잡고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저도 월급쟁이인지라 형편이 여유 있는 건 아니에요. 딸한테 늘 얘기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못 다한 건 네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요. 딸이 그러겠대요.

딸 주변 친구들은 이런 경험이 많지 않은가 봐요. 아빠를 존경하는 마음도 생긴 것 같아요.” 쑥스럽다며 인터뷰를 꺼렸던 이들 부부는
“책임감 때문에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기부는 전혀 딴 세상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하다 보니 참 좋은 경험을 조금씩 하게 됐어요. 저 같은 사례를 보면, 기부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업 때문에 해외에 가보면 그들은 기부 문화가 몸에 배어 있어요. 기부를 많이 할수록 나라가 강해집니다. 기부라는 건 결국 같이 살아간다는 것,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 참여한다는 것이거든요.” 닮은 꼴 부부는 ‘기부’라는 삶의 또 다른 페이지를 공유하며,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카니코치 학교 완공식에 참여한 김동식, 신현란 후원자 가족

카니코치 학교 완공식에 참여한 김동식, 신현란 후원자 가족

김동식·신현란 후원자님의 나눔으로 변화된 마을

잠비아 룽가 사업장 카니코치 초등학교 학교 건축사업

– 기간 : 2012.04.21 ~ 2014.10.30

– 사업내용 : 초등학교 1동 (교실 3칸) 신축, 화장실 1동 설치, 책걸상 120명분 60세트 및 교사용 탁자 의자 지원, 교사 숙소 2칸 신축

– 사업성과 : 아동친화적 학교 건축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 학교 건축으로 원거리 통학생이 줄어 출석률 증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학습의 질 향상, 생활에 필요한 문해력, 셈하기, 기초생활 기술을 배워 아동 삶의 질 향상

카니코치 초등학교 등록학생 변화

사업 전 : 40명
2014년 : 183명 ( 여학생 90명, 남학생 93명 )
2015년 : 216명 ( 여학생 106명, 남학생 110명 )
440% 증가

새로 지어진 교실

새로 지어진 교실

새로 지어진 화장실

새로 지어진 화장실

글.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