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담당할 몫은 이 아이들이
그 작은 공을 계속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어른이
되는 것뿐임을 깨닫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부발칸월드비전 회장, 토니 고구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저는 꽤 멀끔한 유럽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유럽’ 하면 유서 깊은 박물관이나 근사한 건물이 떠오르시겠죠?
하지만 제가 나고 자란 발칸반도 유럽은 멋진 건물 대신, 총탄의 흉터가 새겨진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라예보 사건을 시작으로 코소보 사태, 40년간 사회주의 독재정치가 이어지며, 아물
새 없이 방치된 오랜 상처입니다.
제 아내가 임신 중이던 1998년,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코소보 사태의 비극이 생생합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 두 민족 간 갈등으로, 서울 인구 10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이 처참히 학살당한 최악의 대학살이었습니다.
그 후 2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어른들의 끔찍한 역사가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느냐 마느냐’ 그 기로에 서 있습니다.
어른들의 편 가름이 아이들까지 갈라놓지 못하게 하는 것. 그 중심엔 어른이 아닌 아이가 있습니다.
그것이 월드비전에서 제가 하는 일입니다.
월드비전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대대로 원수였던 두 집안의 오해를 푸는 다리가 됩니다.
얼마 전 제가 만난 퀴팀은 코소보 사태로 형을 잃은 아이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굳어진 어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평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월드비전 회장이 되기 전, 알바니아 중앙은행(대한민국의 한국은행과 같은) 법무팀에서 변호사로 일했는데요.
가끔은 두렵습니다.
‘부의 최전선에 있던 내가, 자본주의의 대변자였던 내가, 가장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평화를 쏘아 올리는 아이들을 봅니다.
제가 담당할 몫은 이 아이들이 그 작은 공을 계속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어른이 되는 것뿐임을 깨닫습니다.
탕! 탕! 무서운 총성이 끊이지 않던 이 땅에, 탕! 탕! 평화의 신호탄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의 곪은 흉터 위에 아이들이 만드는 평화의 새 살이 돋고 있습니다.
평화의 신 호탄을 쏘는 우리 아이들 곁엔, 월드비전이 그리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후원자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이 있습니다.
글. 배고은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