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과 후원자의 만남 세 번째 이야기:
‘분쟁피해아동사업’에 대하여
전 세계 아동의 권리를 해치는 글로벌 이슈를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청년 서포터즈, ‘지도밖행군단’이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을 만났다. 약한 이들 곁에 서고자 노력하는 4명의 청춘이 만나 월드비전 ‘분쟁피해아동사업’과 ‘난민문제’를 짚어보았던 뜨거운 오후의 기록이다.
참여자 소개
– 박다하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취약국사업 담당자 |
.
아동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분쟁
문민규
작년 유럽 여행 중에 난민을 처음 만났어요. 난민문제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때였어요. 그런데 콜롬비아에서 아이를 업고 프랑스 까지 왔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때부터 분쟁이나 난민에 대한 관심이 커졌 어요. 분쟁이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박은실
분쟁 지역 아동에게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먹는 것’이에요. 아동은 어른보다 굶주림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동콩고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잘 못 걷는 아이를 만났어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는 발달 시기에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평생 다리를 잘 쓰지 못하게 됐어요.
*국내 실향민 : 자국 내에 머물러 있지만 난민과 비슷한 이유 혹은 자연재해 · 천재지변으로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출처:UNHCR).
박다하
가족이나 친구가 죽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폭격을 경험한 아이들의 트라우마도 굉장히 심각하죠. 월드비전 입사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어요. 가끔 캠프와 떨어진 곳에 폭격이 있었는데, ‘쿵’ 하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져요. 그 느낌이 문을 세게 닫을 때와 비슷하거든요. 한국에 돌아와 한동안 문 닫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어요. 소리만 겪은 제가 이 정도인데 아이들의 상처는 엄청날 거예요.
끼니때 밥을 먹는 것, 방에서 자는 것,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 그저 당연한 일들이 난민들에겐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잖아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
월드비전,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조아라
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오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월드비전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박다하
우리는 난민아동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아동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사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수, 식량, 거주지 지원뿐 아니라 분쟁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심리·사회적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학대, 폭력, 착취, 방치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 기회도 제공하죠. 아이들이 평화를 세워나가는 단단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 돕는 거예요.
문민규
분쟁 피해 국가에서 월드비전이 활동할 때,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는 대상이 있나요?
박은실
‘어떤 대상’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아요. ‘더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되는 곳을 향하죠. 어떤 형태의 난민이든 모두 다 피해자니까도움이 시급한 곳 먼저 사업을 시작해요. 또 분쟁 지역 사업처럼구호사업의 경우 다른 국제기구나 유엔기구,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해요. 구호기관들이 저마다 단독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도움이 가장 필요한지, 어떤 기관이 그 사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자원은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서로 긴밀하게 논의하며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요.
지도밖행군단 활동을 하며 빈곤과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어요.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죠. 난민문제 역시 남의 문제가 아니에요.
.
‘난민’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체’
조아라, 문민규
난민이 요구하는 것과 월드비전이 제공할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텐데,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나요? 우리는 난민을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요?
박은실
난민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감사합니다’로 시작하지만 ‘무엇이 더 필요하다’가 메인이에요. 왜 아니겠어요? 구호사업장의 현실이에요. 제한적인 자원으로 가장 급한 곳 먼저,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다 보면 부족하다 느끼시는 분들이 생겨요. 월드비전은 이럴 때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죠. 난민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거예요. 난민들도 월드비전을 ‘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하면 야속한것 투성이죠. 하지만 같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는 거예요.
박다하
남수단 난민캠프를 방문했을 때예요. 어른들은 괜찮으니 아이들이라도 넉넉히 먹고 교육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함께 머리를 맞댔죠. 월드비전이 할 수 있는 최선과 주민들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계획을 세웠어요. ‘우리가 어디까지 도와야하나?’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자!’로 조금만 생각의 방향을 틀면 어떨까요? 희망은 거기에서 시작될 것 같아요.
글. 윤지영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