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시농부를 꿈꾸는 경기남부지역본부
지서희 아동

빽빽한 빌딩 숲,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삭막한 아스팔트….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잊고 지냈던 고향 친구들과 사계절 동안 농작물을 키우고 나눠 먹으며 참된 삶의 행복을 찾아간다. 바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야기다.

하지만 농사는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발 디딘 ‘지금 여기’에서도 가능하다고 외치는 농부가 있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던 봄날, 도시농부를 꿈꾸는 서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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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서희는 어렸을 때부터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요리사부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마지막 활동이 텃밭 체험이었다. “가족들과 텃밭 체험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손톱보다 작은 씨앗이 자라나서 열매를 맺고, 수확한 열매를 가족과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본격적으로 농사에 관심이 생긴 서희는 방학을 이용해 포도농장을 방문해서 실제 농사 짓는 분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옥수수 수확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농사’라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던 무렵, 좋아하는 요리사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에서 ‘도시농부’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막연히 농사를 짓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TV를 보면서 ‘굳이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도 시골 못지않게 할 수 있구나. 나도 저런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서희는 운명처럼 진로를 정하고 농업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올해 벌써 3학년이다. 1학년 때 학교 숙제로 농업 관련 직업을 찾다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된 ‘도시농업활동가’. 서희의 꿈은 더욱 확실해졌다. “학교에서는 수업도 듣지만 아예 하루 종일 실습만 하는 날도 있어요. 방과 후에는 자격증 준비도 하고, 주말에는 텃밭 실습을 해요. 농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수경재배, 식물공장 등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모든 활동이 즐겁다. 방학 때는 농업 관련 박람회를 찾아가기도 하며 이론 공부를 하느라 바쁘게 보낸다.

서희는 지금 식물로 치면 떡잎 정도 된다고 해야 될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떡잎. 앞으로 쑥쑥 자라날 서희의 모습이 그려진다.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사업

국내 취약 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성장 단계에 따른 맞춤형 통합 프로그램과 경제적 도움을 제공해, 위기에서 보호받고 꿈을 찾아 도전하며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월드비전 국내 대표 사업.

서희는 오늘 상추와 깻잎 등 쌈채소를 심었다. 가족과 나눠 먹을 그날을 생각하며.

서희는 오늘 상추와 깻잎 등 쌈채소를 심었다. 가족과 나눠 먹을 그날을 생각하며.

31번 텃밭 주인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 31번 텃밭 주인, 서희. 서희는 오늘 상추와 깻잎, 파를 심기로 했다. 호미로 고랑을 파고, 씨앗 하나하나 줄을 맞춰 심는다. 다음 주에는 고추와 토마토, 봉숭아를 심을 거다.

“토마토, 감자, 고구마 다 좋지만 저는 쌈채소를 제일 좋아해요. 쌈채소는 물만 주면 쑥쑥 자라고, 딱히 병해충도 없어서 누구나 손쉽게 키울 수 있어요.”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씨에도 쌈채소가 도움이 될까?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식물들은 모두 조금씩 공기정화 기능이 있지만, 특히 산세비에리아와 스투키 같은 식물은 정화 작용이 뛰어나죠. 하지만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쌈채소와 고기를 먹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웃음)”

서희는 채소를 수확하며 첫 행복을 느끼고, 가족과 나눠 먹으면서 더 큰 행복을 맛본다. 자신이 기른 작물을 수확해서 다 함께 나눠 먹는 기쁨을 누리는 것. 서희가 농사를 사랑하는 이유다.

서희는 지난해 희망날개클럽으로 활동하면서 시민농장에서 도시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에도 꿈꾸는아이들 활동 비용으로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텃밭을 신청했다. “씨 뿌리기, 물 주기, 잡초 뽑기, 해충 잡기 등 농사는 정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해요. 너무 추워도 안 되고 비를 너무 많이 맞아도 안 되고…. 정말 쉽지 않아요. 힘들긴 하지만 열매 맺은 농작물을 바라보고 수확할 때는 또 너무 좋아요. 고된 순간은 싹 잊히고 행복한 것만 기억나요.” 농사가 가장 행복한 서희. 젊은 농사꾼 서희의 손에서 오늘도 씨앗이 뿌려지고 희망이 피어난다.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며 씨앗을 뿌리는 서희.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며 씨앗을 뿌리는 서희.

온 우주가 담긴 작은 씨앗 하나

“종자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종자를 연구하고 재배해서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다시 생산하는 역할이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도록 튼튼한 종자와 배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희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종자회사에 가서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고 싶다. 회사에서 일하며 도시에서 수확의 기쁨을 알리는 도시농부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도시에서 농작물을 쉽게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전하는 게 참 뿌듯해요. 엄마나 동생은 크게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알려주고 있어요. 요즘은 씨앗부터 퇴비까지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어요. 우리 같이 농사 지어보실래요?”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농사의 매력’을 주변에 알리는 것 역시 서희에겐 즐거운 일이다.

“처음 발아하고 잎이 나고 떡잎이 자라고 줄기가 점점 두꺼워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잖아요. 그러면 ‘이 조그마한 종자 안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신기하죠. 이렇게 작은 종자가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농사의 참맛인 것 같아요.” 도시에서 벼농사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서희. 도심에서는 쉽지 않은 벼농사를 성공하는 그날까지 서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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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만 담당 사회복지사 한마디

서희를 볼 때면 지난해 여름캠프에서 함께 옥수수를 따던 일이 기억나. 옥수수 수확 과정을 선생님한테 꼼꼼하게 알려줬지. 꿈을 향해 노력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서희가 선생님은 늘 대견하단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노력하고 행복하길 바랄게.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오길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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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햇볕,
비와 바람이
만들어낸 결실.

자연의 감사함을
배우고,
숭고한 자연 앞에서
겸손해진다.

정직하게
‘뿌린 대로 거두는’ 농사.
비와 바람을 견디며
열매 맺는 농작물을 보면서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싶다면,
작은 텃밭 하나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 김수희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