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유채꽃밭 속에서 예쁜 미소를 짓던 제주 소녀.

월드비전 플루트 교실에서 친구들과 연주하는 게 제일 즐겁다며, “이제 막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수줍게 웃던 열한 살 은서. 8년 후 다시 만난 열아홉 살 은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기고 우리를 환히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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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거 아세요? 저는 아직 최고는 못 해봤어요. 전국 대회나 세계 대회에서도 2등, 3등만 해봤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래서 좋은 건 아직 올라갈 곳이 있다는 거예요! 제겐 더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거잖아요.(웃음)

이제는 1등만 남았어요!

전 세계 코트를 누비는 배드민턴 유망주

“‘마이(My)!’ 저의 주 종목은 배드민턴 복식인데요. 가운데로 셔틀콕이 날아오면 파트너랑 부딪치게 돼요. 그때 외치는 거예요. ‘마이!’ 이번 공은 내가 칠게 하는 신호로. 둘이 하는 거니까 호흡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해요. 서로 긴장도 풀어주고 응원도 해주죠. 혼자만 잘해선 안 되잖아요.”

“혹시나 자만해질까 봐 코치님이 칭찬을 잘 안 해주시는데, 몇 달 전 단체 경기가 끝나곤 ‘정말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저희 팀이 전국 2등을 하는데 제가 활약을 좀 했거든요.(웃음) 코치님은 감격해서 우셨어요.” “은서가 팀의 에이스인 거네~.” 말하자 소녀는 민망한 듯 웃는다. “팀의 맏이기도 하고 큰 기대를 받다 보니까 때론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제가 잘해야 우리 팀도 잘되는 거니까, 시합이 시작되면 스스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계속 말해요.”

2018 독일 주니어오픈 여자 복식 2위, 네덜란드 주니어오픈 대회 3위 등 뛰어난 실력으로 국내외 코트를 누비며 베드민턴 유망주로 떠오른 은서. 8년의 세월 동안 훌쩍 자란 키만큼 마음도 한 뼘 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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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우리 은서!” 아이를 자라게 한 응원

“어릴 때부터 축구, 육상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어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운동이 좋아요. 땀 흘려 뛰고 노력한 만큼 실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배드민턴도 처음 시작했을 땐 되게 못했어요. 코치님 따라서 훈련받고 노력하니까 점점 잘하게 되더라고요.”

“할머니는 항상 그러세요. ‘수고했어. 잘한다, 우리 은서.’ 상을 못 받아도 3등을 해도요. 월드비전 선생님과 후원자님도 계속 응원해주세요. 열두 살 때 처음 후원자님이 생겼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일날이면 꼭 편지와 선물을 보내주셨어요. 운동하는 걸 아시니까 ‘다치면 안 된다. 감기 걸리지 마라.’ 항상 걱정해주세요.”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이어진 가족들과 월드비전 그리고 후원자의 사랑은 은서를 자라게 했다.

“후원자님은 어떤 분이실 거 같아?” 묻자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키가 크고 듬직하실 것 같아요. 뵌 적은 없지만 그런 느낌이에요. 든든해서 그런가 봐요. 사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저를 몇 년간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운동 열심히 해서 거둔 성과로 나중에 뉴스나 TV에 나오고 싶어요. 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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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내일이 기대되는 제주 소녀

월드비전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묻자 은서는 말한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마.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봐!” 열아홉 여고생의 대답이라기엔 너무 의젓해서 ‘꼭 어른 같다’고 웃자 은서도 따라 웃는다. “선생님, 근데 진짜 그래요. 바꿀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슬퍼하고 있으면 지금 할 수 있는 걸 놓치잖아요.” 당찬 은서의 말에 메달을 목에 건 은서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었다.

9월 세계 주니어 대회를 앞둔 은서. 전지 합숙 훈련 기간엔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빼곤 손에서 배드민턴 채를 놓지 않는다. 매일 8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훈련. 반짝이는 땀방울을 따라 제주 소녀는 전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