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후원아동] 제임스 이야기

제임스가 삶으로 정의한
‘의지’

배움의 중요성을 늦게 깨달은 제임스지만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배움의 중요성을 늦게 깨달은 제임스지만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할아버지가 학교 다닌데요~” 학교로 돌아간 제임스가 매일 듣던 소리다. 9세에 학교를 그만둔 제임스는 16세가 되도록 자기 이름조차 쓸 줄 몰랐다. 읽을 줄도 몰랐으며 숫자 0부터 10까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이런 제임스가 학교에 다시 왔으니 어린 동급생들에게는 좋은 놀림감이었으리라.

제임스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참 어린 동생들만도 못하게 전혀 읽고 쓰고 셈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제임스는 끝까지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월드비전 CVA 멤버들의 끊임없는 격려도 결심을 다지는 데 한몫했다.

자, 이제부터 제임스의 반격! 4학년으로 시작한 초등학생 제임스는 그해 첫 시험에서 1등급을 받아 할아버지라 손가락질하던 아이들의 입을 꾹 다물게 했다. 5학년 때도 6학년 때도 모든 시험에서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급기야 학교에서는 7학년이 된 제임스를 곧장 8학년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제임스가 초·중등 과정을 무사히 이수만 해도 마을에서는 놀랄 일이고 큰 성과였음은 당연하다. 어부이던 소년이 그물을 놓고 학교로 돌아와 연필을 다시 잡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도 박수 받을 일인데, 이 의지의 소년은 끝까지 해내겠다는 자신의 말대로 끝을 보고야 말았다. 이제 19세. 짧은 인생 속에서‘의지’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정의한 제임스.

그런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학업에 빛을 발하는 아이가 학교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을까?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제임스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제임스

제임스의 가족은 모두 일곱 명이다. 형 세 명, 누나 두 명 그리고 제임스와 엄마. 아빠는 엄마가 아이를 임신하자 가정을 버리고 떠난 지 오래다.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버리다니. 그런 사람이 결혼은 왜 했던 거지?’ 제임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내 마음은 부글부글한데 정작 당사자는 무덤덤하다.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해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떠난 아빠를 원망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제임스가 살고 있는 지역은 호수가 가까워 대부분 사람이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제임스도 그렇게 어부 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학교에 다녀봤자 딱히 좋은 게 뭔지 알 수 없었어요. 먹고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돈을 버는 일이 중요했죠. 9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물고기 잡는 일을 시작했어요.”

세월은 물처럼 흘러 흘러 어느새 아이는 16세 청소년이 되었고 학교를 떠난 지는 7년이 다 되어갔다. 그리고 2016년 어느 오후, 제임스의 삶을 바꾼 만남이 찾아온다. 아주 소박하고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일을 마친 후 엄마랑 같이 집에 있었어요.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누군가 찾아왔는데 월드비전 CVA 멤버들이라 했어요. 엄마와 저는 어리둥절했죠. 그분들은 친절하게 자신들을 소개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어머니와 제임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어머니와 제임스

자신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음을 그들이 안다는 것도 왠지 기분이 나빴고, 한 마을에 살 뿐 딱히 친한 이웃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권하자 일단 경계심부터 생겼다. 학교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다녀야만 하는 의무라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제임스는 받아쳤다.

“제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시나요? 돈도 벌어야 하고, 무엇보다 지금 전 제 이름도 쓸 줄 몰라요. 이런 내가 무슨 학교를 다니겠어요?”

제임스의 날 선 반문에도 월드비전 CVA 멤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돈을 버는 일을 조금 줄이더라도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물고기만 잡고 있을 거냐며 지금이라도 교육을 받아야만 아직 한참 남은 네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하게 설득했다. 오랜 대화 끝에 제임스의 마음이 돌아섰다.

물고기를 낚던 제임스는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을 꿈꾼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해 아직은 구체적인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미 ‘의지’란 이런 것이라 보여주었던 제임스이기에 크고 단단한 벽 앞에 서 있지만 절망은 하지 않는다.

“월드비전 CVA 프로그램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어요. 그때 학교에 다시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전 호수에서 오늘 먹고살 것만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겠죠.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월드비전 CVA 덕분이에요.”

제임스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어부 일을 했던 말라위 호수

제임스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어부 일을 했던 말라위 호수

제임스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마을 어린이들을 걱정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삶에 찌든 아이들이 용기를 얻고 학교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학교로 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교육을 받는다고 반드시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의 사정에 먼저 귀 기울이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함을 배우고 깨달은 제임스는 바른 사회를 만드는 참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이미 그는 그런 사람이지만.

 

글·사진 윤지영 후원동행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