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강국이라고 불리는 스포츠 종목이라 하면 대부분 ‘양궁, 태권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강국이라 불리는 또 다른 종목이 있다. 바로 장애인 스포츠 경기인 ‘보치아’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대회부터 2016년 리우패럴림픽대회까지 8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기상을 이어받아 미래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보치아 꿈나무 현경이를 만나보았다.

보치아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가죽으로 만든 공을 던지거나 굴려 표적구와의 거리를 비교하여 점수를 매겨 경쟁하는 구기 스포츠다. 1984년 뉴욕 패럴림픽대회 때 보치아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1988년 서울 패럴림픽대회에서 첫 정식 경기가 이루어졌다.


 

우연히 현경이에게 다가온 ‘보치아’

멋진 007 가방을 들고 등장한 현경이. 가방 안에는 빨간 공과 파란 공 6개, 그리고 표적구인 흰색 공 1개가 들어 있다. 각 선수가 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이 놓인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 참가할 수 있는 장애인 스포츠이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나 섬세하고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경기이다. 연습에 들어가자 아이돌 이야기에 꺄르르 떠들던 현경이는 어느새 매서운 눈매로 상대의 공을 주시한다. 단연 프로답다. 현경이는 어떻게 보치아를 시작하게 됐을까?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어서 방과 후 보치아 수업을 들었어요. 우연히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재미로 시작한 보치아에 현경이는 소질을 보였고 선수로 키우면 좋겠다는 담당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본격적으로 보치아 선수의 길을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하고, 올해 열린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수상한 소감을 묻자 인터뷰 중에도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한다. 현경이의 행복이 주변을 밝히는 순간이다.

(좌)꿈날개클럽 지원을 받게 되면서 구입한 현경이의 개인 공, (우)제13회 전국체전 혼성단체경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현경이

(좌)꿈날개클럽 지원을 받게 되면서 구입한 현경이의 개인 공, (우)제13회 전국체전 혼성단체경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현경이



세상을 향한 스피커 엄마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현경이는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말은 다소 서투르다. 현경이의 대답을 이해하기 위한 잠깐의 침묵이 흐를 즈음 어머니가 현경이의 말을 대신 전해준다. 현경이의 마음을 읽어내는 어머니를 보며 넘치는 사랑에 가슴 한쪽이 따스해졌다. 현경이의 세상을 향한 스피커가 되어주는 엄마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감독이다. 장애인 스포츠로는 인기 종목이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한 스포츠인 보치아는 연습장은 물론이거니와 지도자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부딪혀도 보치아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엄마는 자타 공인 보치아 전문가가 되었다.

“현경아, 좀 더 가깝게 던져야지.” “마찰이 약하니까 강하게 던져봐.” 연습 중에도 섬세하게 현경이를 지도한다. “아이가 실력이 좋아질수록 더 어려운 일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아이가 좋아하니까 함께 즐겨주면 됐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좋은 결과를 위해 함께 성장해나가야 하다 보니까 혼낼 때가 많아요.”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엄마는 현경이를 보며 힘을 낸다. “몇 년 전만 해도 걷기조차 어려워하던 아이가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고 감사해요. 또 올해부터 월드비전 꿈날개클럽 지원을 받게 되면서 개인 공도 구입할 수 있게 되고, 그 덕분에 경기력도 더 향상되었어요.”

자신의 꿈을 설명하며 미소 짓는 현경이

자신의 꿈을 설명하며 미소 짓는 현경이


 

 보치아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길

각종 대회에서 현경이가 수상한 메달과 상장들

각종 대회에서 현경이가 수상한 메달과 상장들

“왜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란 물음에 “국가대표가 돼서 엄마에게 멋진 집을 선물해줄 거예요.”라고 답하는 현경이. 엄마를 향한 사랑이 현경이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현경이의 또 다른 꿈은 좋은 성적을 거둬 세상에 보치아를 알리는 것이다. “저처럼 힘이 없고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할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즐기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보치아가 빛을 보길 바라며 현경이는 오늘도 275g의 공을 수십 번 던진다. “부족한 저에게 끝없는 후원과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꼭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후원자님께 당찬 포부를 전해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꿈을 그려나가는 친구들에게 응원도 잊지 않는다. “즐겁게 웃으면서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생각해. 성실히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우리 함께 끝까지 노력해보자!” 현경이의 밝은 미소처럼 보치아 스포츠에도 밝은 햇살이 비치길 바라본다.

“힘든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고 늘 씩씩하게 꿈을 향해 노력해가는 현경이가 정말 자랑스러워. 꿈과 목표가 생긴 후 빠르게 성장해가는 현경이를 보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단다. 항상 지금처럼 밝은 웃음과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한다면 ‘보치아 국가대표’라는 꿈을 반드시 이룰 거라고 생각해. 지금의 노력이 값진 열매를 맺을 때까지 묵묵히 걸어가는 현경이가 되길 늘 응원할게!” – 월드비전 송파종합사회복지관 김수희 차장

 

글. 김보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편형철 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