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미 영웅들이었습니다. 전쟁과 난민의 삶에 용감히 맞섰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난민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출전하는 ‘난민 대표팀’ 이야기입니다. 지난 6월 3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총 10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선수들은 리우에서 세계인에게 희망을 전하려 합니다.

 

1. 수영으로 시리아 난민 수십 명을 구한 18세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 여자 자유형 200미터, 시리아 출신)

“언니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고선 바로 자기가 바다에 뛰어들어 보트를 끌고 가는 거예요. 저도 따라 했죠”

10개월 전, 유스라는 언니 사라와 함께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탈출했습니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고무보트에 올랐지만 30분 만에 고장 났습니다.  7인승 보트에 탄 20여 난민들은 기도만 드릴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때 유스라가 언니, 다른 3명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수영으로 배를 끌고 가길 3시간여, 마침내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습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은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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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량 배급을 기다리는 시리아 난민(사진 UN)
(아래)그리스 에게 해 위에서 표류하는 시리아 난민(사진 AFP)

고생 끝에 독일에 도착한 유스라는 베를린 시 수영클럽의 도움으로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유스라는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시리아 대표로 출전했던 유망주였습니다. 재능을 알아본 수영클럽에서 때마침 모집 중이던 ‘난민 대표팀’을 소개해줬고, IOC는 유스라의 기록과 사연을 검토해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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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밝은 표정의 유스라는 바다에서 보트를 끌고가며 헤엄치던 때를 설명하면서도 최대한 그 장면이 슬퍼 보이지 않길 바랐습니다.(사진 로이터)
(우) 독일 베를린의 수영클럽에서 연습하는 유스라 (사진 IOC)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난민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고생을 극복하며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유스라는 올림픽이 끝난 후, 베를린에 머물면서 선수의 삶을 이어가려 합니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 수영 기술과 삶의 경험들을 나눠주고 싶어 합니다.

 

2. 유도로 전쟁의 상처를 극복한 두 콩고 남녀의 새 도전
(포폴레 미셍가, 남자 유도 90kg 이하급 / 욜란데 마비카, 여자유도 70kg 이하급, 모두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2013년 9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 대회가 끝난 뒤, 포폴레와 욜란데는 숙소를 탈출했습니다. 모국인 콩고로 귀국하는 대신 브라질에 남기로 했어요. 콩고에서 유도 코치는 경기에서 지면 둘을 무조건 감옥에 가뒀고, 종종 내리 이틀을 굶기기도 했습니다. 1998년 내전 이후, 전투와 총격이 항상 벌어지던 모국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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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란데(좌)와 포폴레(우, 사진 IOC)

“내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형은 실종됐어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어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곳이었어요.”(포폴레)

너무 많은 전쟁과 죽음을 본 포폴레는 유도를 통해 무서움과 아픔을 잊기로 했습니다

“전쟁을 기억하면 시합에서 항상 졌어요.
잊으면 항상 이겼어요.”(포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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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에서 유도 연습 중인 포폴레(사진 IOC)

리우 현지의 천주교 자선단체 카리타스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브라질 유도 대표팀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낙법을 알려주는데, 포폴레가 절대로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거예요.
심지어 손으로 몸을 잡아당겨 기술을 거는 것도 밀쳐냈어요.” (베르나르지스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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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란데의 훈련을 지도하는 베르나르지스 코치(사진 오른쪽) 베 코치님도 ‘난민대표팀’ 소속으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사진 IOC).

콩고와 브라질의 유도 스타일이 달랐던 것입니다. 콩고에서 유도를 전투의 일종으로만 배웠던 포폴레와 욜란데는 점차 정식 유도 스타일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바로 브라질에서의 삶에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포르투갈어를 하나도 몰라서 고생했어요. 2년 지난 지금 주위 사람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겨우 살아요. 배고파도 참아야 해요.”(욜란데)
“동네 쓰레기장에 버려진 운동화를 신고서 훈련해요.”(포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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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레와 욜란데에게 유도는 전투가 아니었지만, 삶은 전투였습니다(사진 IOC)

둘은 리우에서 공장일, 트럭 인부 등 마다하지 않고 일했지만 난민 신분이라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포폴레는 브라질 여자와 결혼해 13개월 된 아들 엘리아스가 있습니다. 욜란데는 친구 집에 얹혀삽니다. 둘은 난민을 대표해 최선을 다짐하면서도 올림픽을 향한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당장 내일모레 먹을 음식이 없어요.”(포폴레)
“20년 넘게 연락이 끊어진 가족이 콩고에서 TV로 절 볼지도 몰라요.
TV 카메라에 대고 제 전화번호든 뭐든 다 알려줄 거예요.”(욜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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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삶의 조건에서도 둘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사진IOC)

“메달을 따서 세계 난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 후엔 브라질에서 평생 살래요.”(포폴레)

 

3. 14년 난민촌 생활 중에 얻은 올림픽이라는 행운
(로즈 로코넨, 여자 육상 800미터 / 파울로 로코로, 남자 육상 1500미터, 모두 남부 수단 출신)

로즈가 가족들과 함께 남부 수단을 탈출한 때는 2002년, 8살 때였습니다. 수십 년 내전으로 200여만 명이 숨진 뒤의 일이었어요. 케냐 북부 카쿠마 난민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로즈는 여기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지 몰랐습니다.

“고등학생 때 난민촌에서 육상을 시작했어요.
달리는 게 정말 좋았어요”(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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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케냐 북부의 카쿠마 난민촌,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등지에서 온 18만 명 난민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알자지라 인터넷)
(아래) 인터뷰 중인 로즈 (사진 IOC)

파울로도 14살 때인 2006년, 남부 수단을 떠나 카쿠마로 피신했습니다. 난민촌 초등학교에서 육상을 시작했습니다.

“카쿠마에서 연습하던 선수 일부는 신발을 못 구해 맨발로 달렸어요”(파울로)

지난해부터 두 선수는 케냐 여자 마라톤 영웅 테글라 롤로프가 설립한 재단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난민촌에서 맨발로 달릴 필요가 없어졌어요. 행운은 리우 올림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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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케냐의 여자 마라톤 영웅 테글라 롤로프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_광주 유니버시아드) 테글라는 난민 대표팀 선수단장으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우)리우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로즈(왼쪽 두번째)와 파울로(맨 오른쪽), 푸 비엘(맨 왼쪽)과 제임스 냥(가운데)도 난민 대표팀에 뽑혔습니다(사진테글라롤로프평화재단)

“부모님들은 아직 남부 수단에 계세요. 형제들은 케냐에 있고요.
우승해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하고 싶어요. 그다음엔 주변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로즈)
“우리가 난민들도 올림픽 출전했다고 알리면, 사람들이 움직일 거예요.
우승해서 저 같은 다른 선수들을 돕고 싶어요”(파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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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즈(사진 난민대표팀 페이스북 페이지)
(우)파울로(사진 IOC)

지난 3월, IOC는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43명의 난민 대표팀 후보를 선정했고, 3개월 심사를 거쳐 10명을 선발했습니다. 수영 2명, 유도 2명, 육상에서 6명을 뽑았는데요. 선수들은 개막식 당일, 올림픽 깃발과 함께 입장할 예정으로, 개최국인 브라질 바로 앞 순서를 배정받았습니다. IOC는 리우 올림픽 이후에도 이들을 후원할 예정입니다.

월드비전은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 110만 명, 남부 수단 60만 명, 콩고 난민 85만 명을 위해 긴급구호활동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입니다. 이들과 함께 전 세계 4천만 난민들이 가슴속에 희망을 품도록 ‘난민 대표팀’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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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난민대표팀 선수들(사진 IOC 사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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