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폭염 주의보 문자로 요란하게 핸드폰이 울리던 한 여름날, 스물 한 살 청년 건희를 만났습니다.

여덟 살, 홀로 형제를 키우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과 단둘이 연고도 없는 낯선 곳으로 가게 된 건희. 그룹홈에서 지내기에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만, 서울 상위권 대학과 광주 교대에 복수 합격하여 지금은 교사를 꿈꾸는 어엿한 교대생이 되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이루어낸 건희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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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이후 어디서 어떻게 지내게 되었나?

“어머니가 8살 때 난소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일상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는데, 병원에 가서 먹고 자고 했던 게 유독 기억이 나요. 어렴풋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제게 너무도 큰 사건이었고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목포로 오게 됐는데, 아는 사람이라고는 동생 뿐이었어요.”

“지금 지내고 있는 그룹홈에 오기까지 주로 교회 집사님들 댁에서 지냈어요. 제가 호적 등록이 안 되어 있어 등록 이후에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됐고요. 대부분 정말 잘 해주셨는데 그래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고, 늘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어요. 지금은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어린 마음에 많이 불안해 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굉장히 잘 했는데, 학창 시절 어떻게 공부를 했고, 어떤 마음으로 공부를 했는지 궁금하다.

“계기는 단순했어요. 남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뭐 하나라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많은 분야가 있지만 돈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게 공부였어요. 게다가 주위 분들도 많이 독려해 주셔서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었어요.”

“공부 방법은 복습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시간이나 실력이 된다면 미리 예습을 하는 거예요. 말로 들으면 쉬워 보일지 몰라도 하다 보면 귀찮기도 하고 이 방식대로 한다고 해서 눈에 띄는 변화를 못 볼 수도 있어요. 쉬우면서도 어렵죠. 저라고 이게 쉽지는 않았어요. 주위에는 늘  놀 것, 볼 것, 먹을 것 등이 많은데 청소년들이 그 유혹을 뿌리친다는 게 쉽진 않죠. 그래서 자기의 마음가짐 즉 의지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건희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며 공부를 해야 동생도 챙길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해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해요. 학교 선생님들도 건희의 어려운 형편을 보면 한 번 놀라고, 건희의 끈기와 열심을 보면 두 번 놀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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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와 동생 유진이 받은 상장들

교사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사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무원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에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연세대 행정학과에도 각각 최종, 1차 합격을 했었어요. 그런데, 문득 저처럼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교사가 되어 더 관심을 가져주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학교에서는 학교장 추천으로 서울대 말씀도 해 주셨었고요. 마침 연세대와 광주 교대 면접 날짜가 같은 날이었는데, 결국 교대를 선택하게 됐어요. 오랜 기간 꿈꿔 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교대를 택하길 잘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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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부모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교사야말로 제 2의 부모라고 생각하고, 교사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고 중요하거든요.”

교사라는 직업적인 부분 외에,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싶은지?

“세상에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자라온 환경이 남들과는 다르지만 저는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세상에 기죽고 살았지만… 그리고 저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동생이 유일한 혈육인데, 특별하고 끈끈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지금 동생이 고3 이예요. 수능이 채 100일도 안 남은지라 방학인데도 학교에 가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요. 동생은 저와 성격이 많이 다른데, 저보다 훨씬 생각이 긍정적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이 있어도 별 내색 없이 지내고 있고 저랑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죠. 동생이 공부를 잘 하는 편인데, 어떤 조언을 주기보다는 그냥 동생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즐겁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진로에 대해서도 본인이 잘 알아서 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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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교회에서 기타를 연습하는 건희 “초등학교 교사는 여러 가지를 다 잘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아요.”

생활 신념이나 좌우명이 있는지?

“제 좌우명은 계속 바뀌는데 기본적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살자’예요. 후회 없이 사는 게 저한테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하든 조금의 후회는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래서 후회를 덜 하려면 열심히 하는 것,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노력은 자기 자신을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학창 시절 제 자신을 투자했기 때문에 여러 길 중에서 제가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온전히 제가 제 자신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요. 후원자님도 부양할 가족이 있으신데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 주고 싶어요. 지금 다문화 가정 멘토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형편이 어렵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돕겠습니다. 후원자님이 주셨던 사랑 헛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는 건희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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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희

노력은 자기 자신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건희의 말에, 나 자신을 얼마나 온전히 던져 투자했는지, 또 그 투자를 통해 얼마나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냈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나누며 후원자님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는 건희는 그동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어린 시절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건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의 자양분이 되고 단단한 토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어렵지만 주어진 환경 가운데 최선을 다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스물한 살 청년의 오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건희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밝게 빛날 것입니다.

 

글/사진. 신호정 디지털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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