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테마:기획특집] 월드비전 국내아동 축구클럽 이야기

따사로운 봄 햇살이 잔디 운동장을 가득 채운 토요일 오전.

월드비전 동해복지관 축구클럽 아이들과 삼척 지역 아이들의 경기가 펼쳐졌다. 50분간 숨차게 이어진 승부가 4대2로 끝나고, 땀과 열정을 운동장에 쏟아낸 아이들을 향해 동해복지관 축구클럽 선장인 노병열 감독이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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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구 약 10만의 작은 도시 ‘동해시’. 바다 내음과 평화로운 햇살이 가득한 이곳에 10주년을 맞이한 월드비전 동해복지관 축구클럽이 있다.

전국 최강을 꿈꾸며 올해로 10년째 달리는 월드비전 국내아동 축구클럽

팀명 월드비전 동해FC
창단 연도 2008년
연고지 강원도 동해시
감독 노병열
코치 한규성

시합 전 몸풀기를 하는 아이들.

시합 전 몸풀기를 하는 아이들.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월드비전 국내아동 축구클럽

마음을 노래하는 합창단, 인권을 배우는 아동권리위원회, 영양교육을 위한 쿡앤쑥쑥, 진로 탐색을 돕는 꿈디자이너. 모든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며 꿈꿀 수 있도록 월드비전은 다양한 아동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 동해복지관의 큰 자랑인 축구클럽. 2008년 시작된 축구클럽은 현재 전국 3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축구를 하며 자신감과 협동심, 체력을 기른다.

“올해로 벌써 10년 됐네요. 첫 경기에서 우리 아이들이 5대0으로 이겼죠. 시작부터 좋았어요.(웃음) 초창기 멤버인 주현이, 부일이를 포함해 모든 아이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10년간 아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고 함께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담당 직원은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클럽 훈련에 함께 했어요. 주말까지 출근하는 상황이 때로는 지칠 수도 있죠. 그래도 아이들이 신나게 공을 차며 뛰는 모습을 보면 피곤한 마음이 저절로 사라져요. 아이들의 웃음이 주는 힘이죠.” 첫 담당자였던 월드비전 서순영 팀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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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선생님’이라 불리는 축구클럽 담당 복지사 임윤정 간사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의 열정이 엄청나요. 비 오는 날에는 쉴 법도 한데 실내에서 이론 수업이라도 듣겠다고 졸라요. 매주 토요일 아침, 늦잠 자는 대신 일찍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요. 이전에 축구클럽을 담당했던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었겠죠? ‘일’로만 생각했다면 축구클럽이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질 수 없었을 거예요.”

올해 10주년을 맞은 월드비전 동해복지관 축구클럽. 지금까지 약 400명의 아이들이 축구클럽을 거쳐갔다. 매주 토요일에 오전 훈련을 하고, 여름에는 합숙 훈련, 때때로 친선경기 등을 치른다. 초기에는 월드비전 후원아동으로만 구성됐으나 현재는 지역 내 일반아동들도 함께한다. 전체 멤버 중 70%인 월드비전 후원아동들은 자발적 신청과 보호자 동의 아래 참여하며, 축구화, 유니폼, 활동비까지 전액을 지원받는다. 약 30%의 일반아동들은 일정 회비를 내고 참여한다. 후원아동과 일반아동이 구별되기보다는 같이 어울리며 서로를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성장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매주 친구, 형, 누나, 동생들과 달리며 아이들은 관계를 형성하고 자연스레 협동심과 배려를 배워가고 있다.

왼쪽부터ㆍ한규성 코치, 임윤정 간사, 노병열 감독, 서순영 팀장

왼쪽부터ㆍ한규성 코치, 임윤정 간사, 노병열 감독, 서순영 팀장

“축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질서, 태도, 언행 같은 인성교육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감독님, 코치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지도하시는 부분이기도 하죠. 많은 월드비전 아동들이 상처와 결핍으로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축구클럽 담당 직원이자 사회복지사로서 마음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동해복지관 축구클럽 담당 임윤정 사회복지사


“합숙 훈련을 가면 감독님, 코치님도 꼭 아이들이랑 같은 방을 쓰세요. 자기전에 아이들 이불도 덮어주시고, 다친 곳은 없나 살피시고. 훈련할 때는 엄격하시지만 운동장 밖에서는 친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을 챙기세요. 감독님과 코치님, 저희 월드비전 직원들은 그저 한결같이 기다려주고 관심을 주었을 뿐인데, 변화의 계기가 되고 아이들이 점차 달라져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집 앞에 도착해서 전화해야 겨우 나오던 아이도, 요즘은 먼저 나와서
기다리더라고요. 작은 변화지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몰라요.”
월드비전 동해복지관 사업총괄 서순영 팀장

 

높이 차오르는 축구공과 함께 오늘도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

“감독님, 저 들여보내 주세요! 제발요~ 잘할 수 있어요.” 전반전, 팀이 2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 한쪽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는 골키퍼를 맡은 열네 살 유진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월드비전 후원아동으로 등록되면서 축구클럽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골키퍼를 할 때는 공에 맞으면 너무 아팠는데, 이제는 적응돼서 세게 날아오는 공도 잘 막을 수 있어요. 다리에 상처가 많이 났지만 아프지 않아요. ‘영광의 상처’잖아요.” 사소한 다리의 상처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학교는 좀 귀찮을 때도 있는데요. 축구클럽 오는 건 절대 귀찮지 않아요. 축구는 저한테 ‘인생’이에요. 여기 다니기 전에는 동네에서 공놀이밖에 못 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랑 매주 훈련받고 시합도 해서 좋아요. 잘하면 감독님이 ‘유진이, 굿! 굿!’ 하고 칭찬해주시거든요. 그때는 진짜 기분 좋아요. 감독님, 코치님께 정말 감사해요.”

(좌) 유진이 (우) 병곤이

(좌) 유진이 (우) 병곤이

한편 운동장 한쪽에서 후반전 경기를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아이는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열한 살 병곤이다. “저도 빨리 경기 나가서 뛰고 싶어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혼내는 것 같아 무섭고, 축구도 어려워서 나오기 싫었어요. 축구클럽에 나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감독님이랑 친해졌고, 제가 미워서 그러시는 게 아니라 저한테 잘 가르쳐주시려고 그런 거잖아요.” 어느샌가 어른스레 감독님을 이해하기 시작한 병곤이. 축구클럽에 다니며 배운 성숙함이다. “예전에는 토요일에 늦잠 자고 TV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친구, 형들이랑 축구해서 좋아요. 아홉 살 동생 민아도 얼른 자라서 같이 다니면 좋겠어요.”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변화

“아들 문호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러 왔어요. 누나가 장애를 앓고 있어서 그동안 문호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거든요. 축구클럽에 보내면 감독님, 코치님, 월드비전 선생님들이 잘 챙겨주시니까 너무 감사하죠. 감독님을 뵐 때마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많이 생각나요. 친손주처럼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모습에 항상 마음이 울컥하죠.” 응원석에 앉은 부모님들 속에서 열여섯 살 문호의 어머니를 만났다.

“문호가 건강하게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의 힘을 얻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월드비전 선생님께 축구클럽을 추천받았어요. 축구클럽에 다니면서 아이에게 책임감과 성실함이 자라난 것 같아요. 매주 토요일 오전 훈련에도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으려고 일찍 일어나고요. 축구클럽 동생들을 어른스럽게 잘 챙기는 모습도 대견스럽죠.”

작전 회의 중인 감독님과 아이들.

작전 회의 중인 감독님과 아이들.

문호 어머니가 말을 이어갔다. “문호가 이렇게 변해가는 건 감독님과 코치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잘못할 때는 따끔히 훈계하시고,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을 때는 자상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면서 정말 자기 아이처럼 바르게 지도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감독님과 코치님을 늘 믿고 있어요.”

어머니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에 대한 신뢰가 묻어난다. “두 분이 최고라고 자신해요. 아마 축구클럽의 다른 부모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거예요. 신뢰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맡길 수 없겠죠.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축구클럽을 이끌어주신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월드비전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좌) 월드비전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서 멈추지 않는 축구공. (우) 골 세리머니도 멋지게! 득점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

(좌) 월드비전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서 멈추지 않는 축구공. (우) 골 세리머니도 멋지게! 득점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

드넓은 운동장을 숨차게 달리는 축구처럼 우리의 삶도 버거울 때가 있다.
승리의 기쁨도 있지만,  패배를 맞닥뜨리는 순간도 찾아온다.
친구, 누나, 형, 동생, 감독님, 코치님, 월드비전 선생님들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마음과 땀, 열정을 나누는 동안, 축구클럽 아이들은
더불어 살아내는 법을 배운다.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
희망의 경기는 이제 시작된다.

글. 김유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윤지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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