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세시간. 몽골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몽골이 그렇다는 것이고. 최종 목적지인 아르항가이는 비행기가 내린 울란바트로에서 8시간 넘게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후원아동을 만나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도시를 벗어나자 몽골의 대초원이 시작되고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 한참 자다 일어나도 아까 보았던 바로 그 장면. 울퉁불퉁한 도로를 내달리는 미니버스의 승차감은 숱한 출장으로 단련된 나도 너무한 마음인데 후원자들은 어떠실 지 걱정부터 앞선다. 끝이 없는 초원을 달리고 달려 드디어 도착한 아르항가이. 꿈에 그리던 아이를 만나고 자립을 일군 마을의 변화를 직접 확인한 월드비전 후원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제 인생 가장 뿌듯한 여행이에요.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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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라, 우라나.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최상술 후원자는 큰 가방 하나에 선물을 가득 채우고도 어깨에 베드민턴 라켓까지 메고 나타났다. “10년 넘게 후원한 아들 같은 녀석이에요. 지금 아니면 못 만날 거 같아서 제가 가려고요.”
큰 가방 안에는 라면, 학용품, 반듯하게 개켜진 수건.. 그리고 “내가 분명 넣었는데.. 안 보이네?” 하며 한참을 찾으시던 볼펜까지, 야무지게 챙긴 선물로 가득했다.
그의 후원아동 우라나는 수줍은 사춘기 소년. 가방에서 하나씩 나오는 선물들을 보고도 내내 소리 없이 미소만 보여주던 아이는 후원자가 친근하게 어깨를 둘러보아도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후원자가 떠나려고 차에 올라타는 순간,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던 아이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굵은 눈물이 흐른다. 우리를 태운 차가 움직이는 순간까지 창문을 통해 맞잡은 후원자의 손을 놓지 못하던 아이. 후원자는 그런 우라나와 멀어지며 소리쳤다.
“울지마라, 우라나야. 우라나야 울지마.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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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두 상자
월드비전에 귤 두 상자가 도착했다. 후원자 방문에서 돌아온 후 3-4일 정도 지난 후, 한현경 후원자가 보내온 것이다. 상자를 열자 가지런히 놓인 빛깔 좋은 귤 위에 하얀 봉투가 놓여져 있다. ‘심장이 쿵’.
… (중략)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 곳곳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사업장 자립까지 이뤄내는 월드비전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존경스러웠어요! 저도 더 넓은 마음으로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해주세요! 제가 응원할게요! …
한현경 후원자의 정다운 응원에 월드비전 직원 여럿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녀가 제주도에서 측량기사로 일을 하며 후원하는 아동은 체렌도르지. 열 한 살 체렌도르지는 후원자를 처음 만난 날, 그녀의 품에 포옥 안겼다.
“참 작은 돈을 보냈는데 그걸로 화장실도 만들고 병원 장비도 구입하고.. 진짜 아이들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하더라고요. 제가 쓰는 돈 중에 가장 가치 있는 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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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행복을 느껴요.
“이 곳에 와서 직접 보니 우리 후원아동도 이 아이들처럼 잘 보살핌을 받고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어요.그거면 됐지요. 아이를 못 만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후원아동이 너무 멀리 살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만남을 장담할 수 없었던 김성수, 박경화 후원자. 마음을 비운 두 후원자 앞에 에르데네가 나타났다.“너무너무 작은 아이였는데 이제 정말 어른이 다 되었네.” 박경화 후원자는 반가움에 왈칵 목이 메인다. 삶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긴다는 부부에게 물었다. “행복하세요?”
“네, 지금 저희는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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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공감의 힘
채민철 후원자의 후원아동은 딸 은우 또래다. 은우가 주위를 살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행했다. 혹시나 예의에 어긋날 까 후원아동에게 질문 하나 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는 채민철 후원자. 우리를 대신해서 월드비전이 친구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 너무 고맙다는 은우. ‘배려’와 ‘공감’을 위해 노력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똑 닮은 딸 은우는 후원아동 아말사이한을 만나 두 손을 마주잡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짓는 것이 전부였지만 다정한 세 사람은 그 손끝에, 그 눈빛 속에 그리움을, 감사를, 사랑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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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 받는 우리
몽골 아르항가이 마을에서 월드비전 후원자 일행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월드비전 덕분에 우리 마을이’, ‘월드비전 덕분에 우리 아이가..’라는 이야기를 끝없이 들었다. 사진으로만 만나는 아이와 마을을 오랜 시간 후원하며 응원해 온 것도 모자라 이렇게 시간과 돈을 쪼개어 현장으로 달려온 후원자들. 그런 후원자님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잘 자란 아이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우리는 바로 지금, 행복합니다.
글과 사진 윤지영 후원동행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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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비전로드] 몽골 아르항가이
후원자 사업장 방문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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