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연휴가 이어지던 2월 초, 월드비전 옹호시민참여팀 남과장은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의 수많은 인파처럼 긴 연휴를 즐기는 여행객들 속에 우리의 남과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이행 사전심의참여> 출장이라는 묵직한 임무를 안고 떠나는 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이행 사전심의참여>라니 이것은 무엇? 갸우뚱할 분들이 많을 터. 일단 이 생소한 타이틀을 살펴보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기로 하자. 한 가지 짚고 시작하자면 그저 많이 접하지 않았던 단어들일 뿐, 알고 보면 우리 곁에 늘 있어 온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알찬 노력이 담긴 이야기라는 것. 그러니 아래 두 개 문단을 2분만 읽어본다면 아동권리 대탐험에 함께할 기본기를 누구나 장착할 수 있다.
어렵지 않아요!
1989년 11월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협약이 있다. 바로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다한 기본 권리를 밝힌 ‘아동권리협약’이다. 이 협약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196개국이 동의했다.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정기적으로 한국을 비롯하여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동의한 나라들이 아동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나 정책을 잘 마련하고 있는지, 아동 보호 서비스와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지 점검한다. 남과장이 떠난 출장은 정부가 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 진짜인지 아동과 NGO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는 자리, 곧 ‘사전심의’라는 회의다. 아동권리위원회는 국가보고서, 민간보고서 그리고 사전심의 때 전달받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본 심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각 나라가 아동권리와 관련된 정책들을 바르게 세워서 실행하도록 권고한다.
북적북적, 현장 이야기
이 곳에서 남과장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모잠비크의 대표 NGO로 참석한 모잠비크월드비전 직원과 아동을 만나는 기쁜 순간도 있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온 종일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고민했던 남과장의 출장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이번 심의에는 한국을 비롯한 모잠비크 등 5개 국가가 참여했다. 심의 진행 과정은 공정한 심의를 위해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NGO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은 공유될 수 있지만, 심의장에서 발표한 아동이나 NGO 직원의 이름, 그 곳에서 오간 대화내용 등은 철저히 보호된다. 심의장 내 촬영이나 녹음도 물론 금지!
이 곳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 월드비전 패밀리
남과장은 모잠비크 아동단체 대표로 참석한 모잠비크월드비전 직원과 아동들을 반갑게 만났다. 모잠비크월드비전 시민참여캠페인 매니저인 페르씰리아 씨는 아동 4명과 이곳을 방문했다. 모잠비크월드비전이 아동 보호 및 정책 옹호를 위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더욱 뜻 깊은 자리다. 모잠비크월드비전은 다른 NGO들과 힘을 합쳐 아이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애쓰고 있지만 아직 국가 정책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아동권리와 관련된 수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이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마주한다. 남과장과 모잠비크월드비전 식구들은 그렇게 한참을 아동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록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고민과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한 가족이 있다는 건 분명한 희망을 갖게 한다.
♡ 미니 인터뷰 ♡
남과장이 만난 모잠비크월드비전 아동
남 : 이 곳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안나 훌리오(가명)/이하 훌리오 : 모잠비크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왔어요. 모잠비크에는 조혼, 교육, 아동보호와 참여, 건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남 : 교육은 학교나 교사가 부족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동참여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훌리오 :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아동권리 활동이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동들이 참여 기회가 있는 것조차 모르죠. 이런 문제들을 알리고 싶었어요.
남 : 잘 알린 것 같나요?
훌리오 : 모잠비크 아이들의 목소리를 아동권리위원회에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저는 최대한 모잠비크 아동들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동권리위원회가 모잠비크 정부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해주길 기대해요. 그래서 우리들의 삶에 좋은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남 : 모잠비크에서 아동권리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궁금해요.
훌리오 :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학교 아동클럽 활동을 해요. 월드비전 아동클럽에서는 아동들이 스스로 겪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시간을 가져요. 예를 들어, 모잠비크 아동들에게 가장 큰 문제인 아동 폭력과 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 방법을 고민해요. 그런 다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잘못된 문화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거예요. 저는 지역 아동 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월드비전에서 전국 아동 의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교육과 활동비도 지원해 준답니다.
그리고 남과장의 이야기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국가의 의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월드비전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중심 NGO들과 의견을 모아 <한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의무: 아동 인권과 국제개발협력민간보고서>를 제출했어요. 이번 출장에서 그 내용을 직접 아동권리위원회에 전달했고요. 아동권리위원회는 철저히 아동의 관점에서 아동 권리를 지키고 찾는데 초점을 맞춰요. 이런 위원회에 아동과 NGO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에 함께 하니 뿌듯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권, 아동권리, 정책이란 것들이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러나 무엇이 아동을 위한 것이고 이 사회가 아동이 아동답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한다면, 또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거예요.”
글 윤지영(후원동행2팀) 사진 남희경(옹호시민참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