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후원아동]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싱긋, 조용한 미소와 눈짓으로 우리를 맞는 아이. 아니 의젓한 성인이 된 할룬(22세)을 보며 동행한 몽골 직원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월드비전 후원아동으로 자라며 제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어른이 된 할룬을 울란바토르 도심, 그녀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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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룬이 일곱 살 되던 해, 월드비전이 날라이흐 마을에 왔다. 학교도 화장실도 병원도 변변치 않던 마을에서 월드비전은 주민, 어린이들과 상의하며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고쳐나갔다. 그때를 떠올리며 할룬은 말한다. “어렸을 때라 모든 게 기억나진 않지만 활기찼던 마을의 분위기만큼은 생생해요.” 무엇보다 그녀와 마을 친구들에게 생긴 신나는 일을 잊을 수 없다. 바로 후원자와의 만남. 할룬의 후원자는 두 살 많은 언니였다.

“맏딸인 제게 정말 친언니가 생긴 것 같더라고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이 편지와 사진으로만 만났지만 그렇게 가깝게 느껴졌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언니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면서 몽골에도 오고 싶다 말했던 게 생각나요. 언니는 새로운 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꿈같은 이야기지만 언니가 정말 몽골에 와서 우리가 만난다면 몽골에서 유명한 다담 페스티벌도 함께 가고 몽골의 아름다운 대자연도 같이 보고 싶어요.”

지금은 울란바토르 시내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십여 년 전까지 할룬 가족은 게르에서 살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몸이 많이 아팠던 엄마는 일을 할 수 없어 아빠가 경비 일을 하며 가정을 근근이 꾸렸다. 먹을 것이나 필요한 물건을 지원받기 위해 월드비전 사무실에 다녀오던 엄마를 할룬은 잊지 못한다.

월드비전과 한국 후원자들의 도움은 할룬을 비롯한 날라이흐 마을의 어려운 가정들이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월드비전의 체계적인 지원과 부모님의 성실함이 더해져 할룬이 6학년(12세)이 되던 해에 게르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개미처럼, 꿀벌처럼 일하고 저축에 힘쓴 할룬네는 다시 울란바토르의 작은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고객의 비행기 티켓을 예약·관리하는 업무를 실수 없이 처리하는 할룬

고객의 비행기 티켓을 예약·관리하는 업무를 실수 없이 처리하는 할룬

청장년의 취업난이 심각한 몽골에서 할룬은 그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했다. 고객들의 비행기 티켓을 실수 없이 예약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민첩한 상황 판단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고객 응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기술이나 친화력도 중요하다. 할룬은 수습 기간 동안 이에 해당하는 분야에 대한 평가와 시험을 통과하여 어엿한 정직원이 되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보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할룬을 보며 후원과 나눔의 힘은 무한대임을 배운다.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더 큰 꿈을 찾는 중이라는 할룬. 그녀의 당찬 꿈에 응원을 보낸다.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더 큰 꿈을 찾는 중이라는 할룬. 그녀의 당찬 꿈에 응원을 보낸다.

할룬은 아직 꿈을 찾는 중이다. 취업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는 그녀는 더 가치 있는 삶을 바라보며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때론 고단한 업무에 힘든 순간도 많지만 도전을 겁내지 않던 후원자 언니의 기억이 지금도 종종 다정한 위로가 된다.

“언니.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았을 때, 외롭고 슬플 때 언니는 나와 같이 있어주었어요. 정말 많이 고마워요. 누구도 줄 수 없는 사랑과 위로를 주었던, 지금도 주고 있는 언니가 많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자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후원자에게 뭉클한 인사를 전한 할룬. 후원자를 그리워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나 역시 그녀의 후원자가 그립고 그렇게나 감사했다.

 

글·사진 윤지영 후원동행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