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일
– 꿈꾸는아이들 시니어클럽 후원자 면접관 이야기
“우리 친구 생각보다 요리하는 일이 전혀 틀릴 수 있어요. 요리사들은 각자 성향이 달라 선임에 따라 스타일이 다 달라요. 또 한 곳에서만 일한 것 보다는 여러 일을 해본 사람을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라도 사표 쓰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원하는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라 힘듦 점도 많다는 걸 각오해야 해요.”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란 아이에게 이호충 후원자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아이는 다소 긴장했지만 이내 자신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갈지 설명한다. 제법이다. “좋은 요리사가 되어 ‘필드’에서 만나자,”는 후원자의 격려로 면접은 마무리됐다.
꿈꾸는아이들 시니어 클럽 참여를 원하는 아동 면접에 월드비전 후원자가 나섰다. 꽤 많은 인원의 후원자가 면접관으로 지원했고 이 가운데 18명의 후원자가 초대되었다. 변호사, 호텔 요리사, 은행 직원, 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후원자들이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에서 자신의 꿈을 안고 온 아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면접’ 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어른의 잣대로 꿈을 평가하는 자리라기 보다 ‘괜찮다고 마음껏 꿈꾸어도 된다고 우리가 너희를 지지한다고’ 어른들이 든든하게 용기와 격려를 전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따끔한 충고에도 아이들은 주눅들지 않고 보다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계기로 삼는다. ‘사랑’이 깃든 어른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마다 아이들은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진심’을 담아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또랑또랑 발표를 하던 아이들이 눈물을 후두둑 떨구기도 한다.
아, 세상에 이런 면접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꿈 꿔야 어른도 행복한 세상
오후 내내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평가표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아이들이 뿜는 에너지는 어른들의 기를 쪼~옥 빨아들여 당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후원자들은 그 약속을 넘치게 지킨 탓인지 면접을 모두 마친 후 눈이 푹, 꺼진 모습으로 다시 모였다. 그리고 서로의 소감을 나누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우리가 받은 이 벅찬 기운을 혼자만 갖고 있을 수는 없기에. 좋은 어른들의 행복한 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 가꾸어지는 꿈이기에 더욱 강렬한 빛과 향기가 나고 귀합니다. 잠재된 재능을 아직 다 발견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고,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꿈을 넓게 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느끼기를 바라며, 그 길을 열고 있는 월드비전을 응원합니다. 오늘 만난 모든 아이들이 강력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청년들로 자랄 것을 확신합니다.” – 김주리 후원자
“자신의 선택을 믿고 확고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선택을 믿고 이렇게 진지하게 타인에게 이야기 해 본 적이 있었나? 되돌아봅니다.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 방소영 후원자
“어떤 아이들은 당장 이것만 해결하면 다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물론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현실은 나침반의 방향을 1도씩 조금씩 바꿔가며 살다 보면 어느덧 서서히 삶의 모습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픔을 이미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차마 그런 이야기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들 모두 지금처럼만 꿈을 갖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원래 넘어지는 게 당연하니 나는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김태연 후원자
“아직 어린 나이인데 자기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주어진 환경을 낙심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더 많이 힘을 받았습니다.” – 김보희 후원자
면접을 마친 후 한 자리에 다시 모인 면접관들.
부쩍 피곤한 기색이지만 훈훈한 이야기에 이내 힘찬 웃음이 가득하다.
글 윤지영 후원동행 2팀
사진 윤지영 후원동행 2팀, 김보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