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놀랐어요.
모든 게 다 죽어 있었죠.
척박하고 황량한 광경에
그냥 입이 다물어졌어요.”
“뼈만 앙상히 남아 죽은 염소들이 쌓여있었어요. 주민들께서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염소의 사체들을 태우고 계셨죠. 가족의 생계와 생사가 달린 가축들을 직접 태우는 마음이 얼마나 절망적일까요? 가늠조차 할 수 없었어요.”
배우 이태란이 만난 아프리카 케냐
지난 3월, 월드비전과 함께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약 720km 떨어진 ‘투르카나(Turkana)’로 향한 배우 이태란. 케냐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2016년부터 시작된 동아프리카 이상 기후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죽음이 가득한 땅, 투르카나
“물과의 전쟁”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더라고요. 물이 너무 부족하고 땅이 갈라져 있으니, 4~6시간씩 걸어야 물을 겨우 구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려 몇십 명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도 일상적이었죠.
“가축들도 물을 마시지 못하니 맥없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방문했던 날라마루(Nalamaru) 마을은 기존에 가축 수가 1,300마리였는데 150마리로 줄어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90%가 죽은 거죠. 상상되시나요?”
여린 생명마저 위협받는 현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 직접 본건 처음이었어요. TV나 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다가 직접 아이를 보니 너무 충격이었죠.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러질 거 같은 아이는, 숨 쉬는 그 자체가 기적이었어요.”
생후 4개월 된 여아 엘리스(Alice). 지속적인 기근에 엄마 로베뇨는 딸 아이에게 젖 한번 제대로 물리지 못했다. 촬영을 마친 그 날 저녁, 아이는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투르카나 전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어린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별을 보며 희망을 꿈꾸는 아이들
“한 마을에서 만난 11살 소년 로케시오의 한마디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면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어요. 반짝반짝 너무 예쁘잖아요. 별을 보면서 잠들 때가 많아요. 저 별처럼 밝은 미래가 언젠가는 찾아오겠죠?”
“작고 마른 소년의 눈망울은 어찌나 커다랗던지 아이들이 부디 이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절망이 가득한 땅,
그 속에서도 순수하고 밝게 살아가려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
“이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리기를,
선물처럼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배우 이태란
긴급구호 정기후원금은 기근으로 고통받는 동아프리카 지역을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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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유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박수영 미디어팀,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