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아픔을 같이하며 행복을 나누자는 환희의 가사처럼 가수 정수라 씨가 MBC 희망더하기를 통해 에티오피아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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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면 왠지 기쁨보다는 슬픔이 먼저 떠올랐던 것 같아요. 메마른 회색 토지의 색이 에티오피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슬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어둡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어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로 약 200km 떨어진 에네모레나 에너(Enemorena Ener)의 곰쉐(Gomshe)마을 너무 어린 나이에 가족을 책임지게 된 11살 베르하누가 살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신 아버지, 사고와 수인성 질병으로 앞이 보이지 않으시는 어머니.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누나와 돈을 벌기 위해 수도로 떠난 형 그리고 2명의 동생들
열한 살 베르하누는 아버지와 형 대신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2명의 동생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20살인 베르하누의 누나 사에다는 소아마비로 인해 걷지 못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누나가 혹시나 집을 비운 사이 밖에 나가진 않을까 노끈으로 누나의 옷을 문고리에 묶어 놓습니다.
“엄마는 눈이 잘 안 보이시고 누나는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제가 씻겨주는 일들과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베르하누가 짊어진 짐이 무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지만 자기가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지금 아픈 엄마 그리고 지금 교육을 못 받고 잘 못 먹는 동생들을 챙겨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보는 저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베르하누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매일 아픈 누나를 돌보고, 장작을 패 돈을 벌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베르하누의 물 뜨는 일을 돕기 위해 30분 동안 험난한 길을 걸어 도착한 강가. 소떼들이 목을 축이고, 보기에도 마실 수 없을 것 같은 흙탕물에 함께 물을 뜨면서도 정수라씨의 마음은 무겁기만합니다.
“우리는 깨끗한 물을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잖아요. 왕복 한 시간을 걸어야만 구할 수 있는 물이 이런 물뿐이니까… 도와주면서도 마음이 너무 미안하고 편하지 않았어요.”
말없이 갑자기 책가방을 매고 수줍은 미소로 집에서 나오는 베르하누 자신이 공부했던 공책과 책을 자랑합니다.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그 생각을 저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느닷없이 가방을 가지고 나왔을 때 그 안에 예쁘게 글씨를 또박또박 써 놓은 모습을 보니까 학교를 굉장히 가고 싶어하고 학교의 필요성을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11살 베르하누의 꿈은 무엇일까요?
“빨리 돈을 벌어서 동생들 모두 학교에 보내고 지금보다 삶이 조금 나아져서 엄마를 잘 보호할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본인을 위한 꿈이 아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베르하누. 이미 마음은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모습에 정수라 씨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움이 가득해집니다.
“우리가 해줄 순 없겠지만 다만 지금 에티오피아를 위해서라도 꿈을 가질 수 있는 아이들에게 힘을 줬으면.. 저는 희망을 봤어요. 안 되더라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거예요.”
가수 정수라가 그린 에티오피아의 희망
9월 20일(목) 12:20~13:30
MBC 희망더하기를 통해 방송됩니다.
글. 김보영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박수영 미디어팀,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