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저의 상상을 넘어서는
부룬디의 현실을 눈으로 마주하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 상황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그 어떤 형용사나 단어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 배우 이상엽”
지난봄,
월드비전 그리고 희망 TV SBS와 함께
특별한 여정을 떠난 배우 이상엽.
“정말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여기서 잠을 잔다고? 밥을 먹는다고?’ 사진, 영상 등 매체를 통해 봤을 때는 작은 것까지 볼 수 없잖아요. 아이들의 갈라져 있는 손과 발. 맡아본 적 없는 냄새. 적나라한 상처와 고통. 이 모든 게 부룬디 아이들에게 익숙한 일상이라는 게 감당하기 벅찬 현실이더라고요. 사진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
처음 밟은 아프리카 땅,
부룬디(Burundi)에서 전하는
배우 이상엽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9살 어린 소녀 라이샤
태어났을 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라이샤의 한쪽 얼굴.
어렵게 마련한 수술비로 치료도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된 채 9살을 맞았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아이의 눈에서 계속 피와 고름이 나오고 있었어요. 공부가 제일 좋다며 한쪽 눈으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더라고요. 반 아이 60명 중에 3등 안에 든대요. 수업하는 모습을 봤는데, 활발하게 발표하고 칠판에 나가서 문제도 풀고 굉장히 밝았어요.
무너져가는 흙집에서 10명의 식구들이 모여앉아 밥을 먹더라고요. 사실 밥이라고 할 수 없는 멀건 죽이잖아요. 옹기종기 서로를 껴안고 살아가는 가족애가 라이샤가 견뎌온 힘인 것 같아요.”
“라이샤가 꿈꾸는 미래는,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의사 선생님이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나는 나만 생각하며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 작은 아이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 속에서도 누군가를 낫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구나’하는 사실에 부끄러워졌죠.”
“아이가 잠시라도 아픔을 잊길 바라며 몇 가지를 준비해 갔어요. 그중에 비눗방울을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거의 30년 만에 비눗방울 놀이를 해본 거 같아요. 마음껏 웃으며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아이의 순수함에 함께 행복해졌습니다.”
“어떠한 보호와 기회조차 없이
한쪽 눈으로 세상을 마주했던
어린 라이샤에게 우린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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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가 되어버린
13살 소녀 가장 다이애나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1년 전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
다이애나는 10살 동생 조셉과
7살 베나트를 돌보는 소녀 가장입니다.
“비가 새는 위태로운 집에 살며, 밭일을 해서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다이애나를 만났어요. 일을 해야 하기에 학교도 포기하며 의젓하게 동생들을 지켜내는 모습에 존경심과 경외심마저 들었죠.
‘엄마가 그립지 않아?’ 조심스레 건넨 질문에, 그 어른스러워 보이던 아이가 정말 아이처럼 울더라고요. 다이애나의 삶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잘 전해야 도울 수 있는 거니까 한 질문이지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어쩌면 우리가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이 아이는 어른스러운 아이다’라고. 다이애나는 정말 평범한 어린아이였어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우는 아이를 위해 그 순간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다이애나가 계속 두르고 있던 그 천이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이래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입으셨던 옷인데 항상 망토처럼 입고 있었어요. 아이가 의지할 건 엄마의 치마 천 하나뿐이었어요. 그러기에는 너무나 가녀린 13살 소녀인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함께 울었던 것 같아요. 월드비전 직원분들, 촬영 감독님, 정말 모든 스텝들이.”
“다이애나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아이다운 웃음을 봤어요.”
“같이 풍선 놀이를 했는데, 정말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또래 아이의 표정으로 환히 웃더라고요. ‘얼마 만에 이렇게 편안하게 웃는 걸까?’ 참 화가 났어요. 항상 ‘도와야지’ 생각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제 자신에게.”
“저에겐 정말 작은 것일지라도
부룬디 아이들에겐
생명을 지킬 무언가가 되는데
그걸 정말 몰랐건 것 같아요.”
“여러분,
아이들에게 혼자서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세요.
작은 손을 함께 잡아준다면,
아이들의 고통을 멈출 수 있습니다.”
– 배우 이상엽
글. 김유진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강현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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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엽&부룬디 아이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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