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아동 이야기] 우리 마을 1호 남자 미용사!
“어서 오세요~.”
상냥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고 다시 손님의 머리를 손질한다. 18살 후원아동 알란은 올해 1월부터 아프리카 우간다 음발레 시내의 ‘슈퍼스타’라는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 후 빠듯해진 가정형편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알란. 하지만 더 큰 슬픔이 겹쳐 왔다.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어요.” 남매를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알란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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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월드비전 직원 지오프리가 찾아왔다. “딱한 사정을 들었어.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을 위해 월드비전 기술·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알란도 기술을 배워보는 건 어때?” 알란은 그 제안이 너무도 고마웠다.
“월드비전은 꼭 엄마 같았어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에 제 손을 잡아주었거든요.”
청소년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는 신발 만들기, 재봉, 오토바이 정비 등 다양한 과목이 있었지만 그의 흥미를 끈 것은 ‘미용’이라는 분야. 미용 과정을 택한 25명의 아이들 중 유일한 남자아이였다.
“사람들 시선이 가장 힘들었어요. 남자가 미용 일을 하느냐고 친구들이 놀려댔지요.” 그만두려고 할 때 그의 용기를 북돋아준 사람은 미용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자, 알란이 지금 일하는 미용실의 사장님 리즈 씨였다.
“25명 중에 늘 상위 5명 안에 들 정도로 실력이 좋은 데다 참 성실하고 바른 아이였어요.” 3개월간의 훈련이 끝나고 리즈 선생님은 눈여겨봤던 알란을 스카우트했다.
알란의 따뜻한 태도와 솜씨가 입소문이 나서 이제는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 ‘나만요니 1호 남자 미용사 ’가 되었다. 알란만 찾는 단골손님도 10명으로 제법 늘었다. 단골손님 세이다씨는 알란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파마약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할 텐데 그런 내색 한 번 없이 언제나 상냥하게 손질을 해줘요. 벌써 4번째 알란을 찾아왔다니까요.”
“미용사라는 길을 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손을 거쳐 멋지게 변신한 손님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기분 좋은 자신감은 또 다른 꿈을 낳았다.
“언젠가 음발레 시내에 제 미용실을 차리고 싶어요. 또 다른 꿈은 바로 저처럼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친구들에게 미용 기술을 알려주는 일이에요.”
알란은 어딘가에서 미용사를 꿈꾸고 있을
남자 후배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여자 남자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서
자기가 꼭 하고 싶은 걸 해요.”
부단히 노력해온 알란의 삶에서 슈퍼스타의 모습이 언뜻 비친다.
글. 하경리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윤지영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